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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삶 위협하는 관절염, 침 맞으면 수술률 80% 줄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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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28면

생활 속 한방

우려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2021년의 시작과 함께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우리나라가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된 것이다.

겨울철엔 작은 충격에도 악화돼 #온찜질·반신욕으로 꾸준히 관리 #가만 있어도 통증 땐 진단 필요 #추나요법·침·한약 통합치료 효과 #스트레칭 지속해 유연성 키워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2019년보다 2만838명(0.04%) 줄었다. 인구가 자연 감소한다는 것은 태어난 사람보다 사망한 사람의 수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자 수는 27만여명, 사망자 수는 3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감소 시대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1인 가구와 60대 이상 인구의 증가다. 우선 1인 가구가 처음으로 900만 세대를 돌파했다. 총 세대수는 2309만3108세대였지만, 세대원으로 보면 평균 2.24명밖에 되지 않았다. 4인 가구는 고사하고, 3인 가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핵가족 형태인 ‘부모+자녀’ 조합이 깨진 것이다. 60대 이상 인구 비중도 늘어 이제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고령 1인 가구의 의료복지다. 1인 가구의 소득은 전체 가구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심지어 전체 1인 가구의 30%는 60세 이상 고령이다. 따라서 향후 고령 1인 가구는 의료비 지출에 있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고령·저소득·여성, 미충족 의료 경험률 높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1인 가구의 연 소득은 2116만원이었다. 전체 가구(5828만원)의 36.3%에 불과하다. 특히 연 10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1인 가구가 33.9%나 된다는 점에서 1인 가구의 저소득층 비중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진짜 문제는 통계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많은 연구를 살펴보면 소득이 적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치료비 부담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고령·저소득·여성일수록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미충족 의료’란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러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연간 통합 데이터’에서 19세 이상 성인 중 미충족 의료에 대해 응답한 총 1만1378명을 살폈다. 그 결과 1320명(11.6%)이 ‘지난 1년간 병·의원 진료 또는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었으나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월 소득이 미충족 의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1320명 중 380명(28.8%)이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요인으로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이 가운데 월 소득을 5분위로 나눴을 때 1분위(하위 20%)가 차지하는 비율(47.6%, 628명)은 절반에 근접했지만, 5분위(상위 20%)는 10.3%(136명)에 불과했다. 연령도 미충족 의료 경험에 큰 영향을 줬다. 20대는 3.9%(52명)에 그쳤지만 60대는 20.3%(268명), 70대는 34.2%(451명)까지 증가했다.

이 뿐만 아니라 관절염처럼 거동에 지장을 주는 질환을 앓고 있을수록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확률도 높아진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에 따르면 골관절염 환자의 경우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확률이 1.65배 높다. 골관절염이 미충족 의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과정에 활동 제한이 원인으로 크게 작용한 것이다.

고령 1인 가구 특히 관절 건강 유의해야

고령 1인 가구는 늘 만성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거동을 힘들게 하는 관절염은 꾸준하게 삶의 질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노인들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고혈압(59%)이 가장 높고, 골관절염 및 류머티스성 관절염(33.1%), 고지혈증(29.5%), 요통 및 좌골신경통(24.1%) 순이었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은 병원을 찾고 싶어도 관절의 가동 제한 등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요즘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시기에는 관절염 위험이 더욱 커진다. 관절은 외부 환경과 기온에 민감하기 때문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근육이나 혈관이 수축하면서 경직되기 쉽고 작은 충격으로도 염증이나 통증이 생기거나 원래 있던 통증도 더 악화하기 쉽다.

따라서 고령 1인 가구의 경우 요즘 같은 겨울철에 관절 건강 관리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우선 집 안에서라도 관절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건을 물에 적셔 따뜻하게 데운 뒤 10분에서 15분 정도 찜질을 하면 좋다. 반신욕을 해도 도움이 된다.

만약 가만히 있어도 무릎 통증이 심하거나 걷는 데 불편함을 겪는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한방에서는 관절염 치료에 추나요법, 침 치료, 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 통합치료를 한다. 특히 노인 및 여성 무릎 관절염 환자가 침 치료를 받을 경우 수술률이 약 8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침 치료는 관절염에 의한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 기능을 높여주는 치료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건강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만큼 고령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

관절염으로 보행이 어렵다면 지팡이를 이용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를 분산시키는 것이 관절 보호에 도움이 된다. 평소 지속적인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과 근력의 유연성을 키우고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지 않도록 앉아 있다 일어설 때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저출산·고령화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제는 혼자 사는 노인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나마 우리가 노인성 질환에 대해 잘 학습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관절염은 앞으로 고령 1인 가구를 위협하는 질환으로 떠오를 것이다. 관절염은 세월이 낳은 질환이라고도 한다. 많이 쓰면 닳고 고장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년의 삶은 계속돼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혼자 사는 노인들이 관절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노인들이 건강한 무릎으로 바로 서 새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길 바란다.

김영익 일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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