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연의학이 뜬다] 간염·간암 치료 "미슬토 요법"

중앙일보

입력

질병과의 투쟁에서 인류는 아직 패배자다.암은 물론 흔한 감기에서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정복은 요원해보인다.바이러스성 간염과 간암 치료분야에서도 의학자들은 아직 겸손하다.

항바이러스제·항암요법이 계속 발전해 치료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완치나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유럽의 자연의학은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직접 공략하는 정공법보다 인체 면역력을 높여 질병에 대항하는 힘을 길러주는 우회 전략을 쓴다.유럽의 병원에서 활발하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미슬토’를 하벨회외 병원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베를린에 있는 하벨회에 병원은 의료기관이라기보다 휴양지 같다. 호수를 끼고 산책할 수 있는 숲 속 오솔길이 한시간 이상 펼쳐진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결핵병원으로 명성을 얻은 이 병원은 요즘 간염.간암 환자로 더 붐빈다. 인기의 비결은 현대의학의 치료에 한계를 느낀 환자들이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오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만난 60대 초반의 간염환자 게르트 샤드는 "다른 병원에서 인터페론을 맞았지만 효과도 없고, 고열과 같은 부작용에 시달려 이곳을 찾았다"며 "치료효과는 기다려야겠지만 요즘 잠이 잘 오고, 식욕이 되살아났다"고 활짝 웃었다.

◇ '신성한 식물' 미슬토

간질환 치료의 핵심은 미슬토(겨우살이) 추출물이다. 환자들은 주 2~3회 복부 피부 밑에 미슬토 주사를 맞는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어 의사가 처방하면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놓기도 한다. 미슬토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에선 대중적인 의약품이다. 1926년부터 임상에 활용돼 오다 연구논문이 쏟아지면서 80년대 후반부터 대중화됐다.

미슬토는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다년생 식물. 사시사철 늘 푸르고, 겨울이면 꽃과 열매를 맺어 이곳에선 신성한 식물로 여긴다. 미슬토의 속성은 숙주에 들러붙어 번식하는 종양과 같다.

따라서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으로 고친다(Like cures likes)'는 동종요법 개념에 들어맞는다. 미슬토에는 1천7백여 성분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중 대표적인 성분이 암을 억제하는 렉틴과 비스코톡신, 그리고 다당류 등이다. 미슬토 효과는 세포 독성.면역 조절.항종양 기능으로 구분한다.

◇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지 2년 된 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가 치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페론 치료 성적인 40~50%와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없다는 게 큰 차이다.

2년 치료 후 환자의 80% 이상에게서 나타나는 피로.복부 통증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고 응답한 것도 고무적인 결과다. 일부 환자에게선 간 기능을 나타내는 효소인 GOT.GPT가 치료 시작 전보다 3분의 1 이상 떨어졌고, 일부에선 간염 바이러스가 없어졌다.

병원장인 하랄드 마테스(소화기내과)박사는 "미슬토로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동종요법 약물인 헤파토도론과 솔라눔을 매일 복용시켜 간 조직의 신진대사를 개선, 간세포 재생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미슬토 치료의 최대 장점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끔 멍울.붉은 반점 등 피부 반응이 나타나지만 대개 일시적이다.

◇ 간암 환자의 생존율.삶의 질 높인다

하벨회에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카타리나 브루크만(50.여)은 "15년간 암과 싸우고 있지만 요즘도 매일 6km쯤 걷고 등산.요리.정원 일.쇼핑을 무리 없이 해낸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 병원 내과과장 마티아스 기르케 박사는 "치료효과와 함께 환자의 컨디션을 좋게 해 식욕과 체중을 회복시키고 숙면을 취하게 한다. 또 피로와 우울감을 덜어주며, 진통제 없이 통증을 70% 이상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벨회에 병원 의료진은 최근 간암 환자 18명에게 미슬토를 간암 부위에 주 1~3회 직접 주사한 결과, 이 중 14명에게서 암 크기를 현저히 줄이는 개가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18~80세 환자들의 치료 전 암 크기는 1~12㎝였다. 미슬토 주사 후 6개월.1년.2년 생존율은 각각 1백%.78%.54%. 또 환자들의 삶의 질도 70% 이상 개선됐다.

가천의대 길병원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교수는 "현재 미슬토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라며 "▶항암제 치료를 중단한 환자▶항암제 부작용이 심한 환자▶항암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병용 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