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A.S.A.P의 새로운 뜻 아시나요?" 모베러웍스가 일하는 법

Editor’s Note

요즘 가장 힙한 디자인 브랜드 모베러웍스의 두 멤버를 만났습니다.

모베러웍스의 프로듀서 '소호'는 '촘촘하다'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차분하고 조리있는 말투로, 듣는 이를 차츰차츰 귀 기울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죠. 반면, 모베러웍스의 브랜딩을 담당하는 누브랜더 '대오'를 설명하는 단어는 '호방하다'가 아닐까 합니다.

굉장히 다른 색깔을 가진 두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서로가 더욱 돋보였습니다. 각자 제일 잘 다루는 악기로 호흡을 맞추며 연주하는 '합주자들' 같았죠.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는가'보다 더욱 중요한 건 '어떤 마음으로 함께 일하는가'가 아닐까 하고요.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을 통해 새로운 일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길 원합니다.

폴인과의 인터뷰 중 담은 모베러웍스 소호(좌)와 대오(우)의 모습. 모베러웍스는 '규칙 없음'을 지향하는 브랜드이지만,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규칙으로 두 사람은 '주체성, 개성, 재미, 솔직함, 멋'을 꼽았다. ⓒ폴인

'A.S.A.P(As Slow As Possible)'라는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와 노트, 경의선 숲길에 긴 줄을 세운 팝업스토어, 누룽지를 밥플레이크로 재해석한 오뚜기와의 콜라보 에디션까지. 모베러웍스(MoBetterWorks)는 위트 넘치는 행보로 주목받는 디자인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즌별로 일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상품을 디자인해 판매하는가 하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브랜드 제작기를 공유합니다. 모베러웍스의 유튜브 채널인 '모티비(MoTV)'는 구독자 3만명을 돌파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들과 교감하는 팬들도 점차 늘고 있는데요. '모쨍이'라 불리는 모베러웍스의 팬들은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 제작과 브랜딩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브랜드에도 리듬이 있다면, 모베러웍스는 그룹사운드의 즉흥연주를 닮았습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6명의 멤버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며, 모베러웍스라는 이름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멤버들의 직함 역시 독특한데요. 소호는 프로듀서이자 기획자, 모춘은 유튜버, 대오는 누브랜더(Nu-Brander)로 활동합니다. 훈택은 누디자이너(Nu-Designer), 지우는 앤트로 마케터(Anthro-Marketer), 1월에 새롭게 합류한 혜린은 디자인 워커라는 직함을 갖고 있죠.

12월 14일 오후, 한남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습니다. 사무실에는 느긋한 레게 음악이 흐르고, 모두가 예술가처럼 일할 것만 같았는데요. 예상과 달리, 정적이 흐르는 사무실에선 멤버 각자가 모니터를 보며 업무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건네자, 사무실 한 켠의 테이블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소호, 대오와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폴인과 만난 모베러웍스의 대오(좌)와 소호(우). 그들은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며, ″(일을 할 때) 좀 더 균형 있는 리듬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폴인

위트, 느슨한 협업, 누브랜딩... 모베러웍스가 제안하는 새로운 일의 방식

레게 뮤지션처럼 느긋하게 일하실 줄 알았는데, 굉장히 바쁘게 일하시네요.

대오 : 저희 브랜드가 유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은 쉴 새 없이 발을 구르면서 정신없이 일하죠(웃음).

소호 : '잠깐 쉴까?' 싶다가도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계속 생겨요. 재미있을 것 같은 제안이 오면 어느새 욕심이 나서 하고 있더라고요.

어떤 재미 있는 일들을 하셨나요? 브랜드 론칭 후 2년간 하셨던 시즌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소호 : 총 세 번의 시즌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첫 번째 시즌 테마는 'A.S.A.P'입니다. 직장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 단어의 의미를 As Soon As Possible이 아닌, As Slow As Possible로 살짝 비틀었죠.

모베러웍스의 마스코트, '모조'의 얼굴이 그려져있는 A.S.A.P 머그컵. ⓒ모베러웍스

두 번째 시즌에는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찾으며 주체적으로 일하는 '프리워커' 듀오인 '두낫띵클럽'과의 느슨한 연대를 시도했어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굿즈를 만들고, 팝업스토어를 열었죠.

모베러웍스와 '두낫띵클럽'의 협업 굿즈. 줄(RULE)이 없는 무선(NO RULE) 포켓 노트 등 유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베러웍스

최근 진행한 세 번째 시즌에서는 '머니토크'라는 테마로 저희의 팬들과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시도를 했어요.

팬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나간다니,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인가요?

소호 : SNS에 '많은 수입(Too Much Income)이 생긴다면 하고 싶은 일'을 질문했어요. 팬들의 답변을 Mr. TMI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그림으로 그려, 영수증으로 발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깨끗한 공기, 좋아하는 연예인의 디너쇼, 가족과 함께 살 집 등을 사고 싶다는 답변이 담겨있는 모베러웍스의 '머니토크' 영수증 프로젝트. ⓒ모베러웍스

대오 : 누브랜더로서 6개월간 '누브랜딩'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팬들과 함께 저희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이었어요. 팬들에게 저희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키워드를 질문했어요. 답변 중 '퍼즐'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저희 브랜드의 로고, 서체, 홈페이지 등을 만들었죠.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디자인어워드'에 출품했어요. 저희 멤버와 답변을 남겨주신 145분의 닉네임을 프로젝트 참여자란에 넣었죠.

모베러웍스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시작한 '누브랜딩' 프로젝트는 팬들의 정체성까지 찾아주는 '누브랜딩킷(Kit)' 굿즈 출시로까지 이어졌다. ⓒ모베러웍스

브랜드에 '기록'이 필요한 두 가지 이유

모베러웍스의 창업과정이 궁금해요. 누가 먼저 창업을 제안했나요?

소호 : 저희는 라인프렌즈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예요. 저는 브랜드 기획자, 모춘과 대오는 디자이너로 근무했었죠. 모춘과 둘이서 퇴사를 하고 '뭐 먹고 살지?' 고민하면서 회의를 했는데, 회의 장면을 그대로 유튜브로 송출하면서 얼떨결에 모티비가 시작되었어요.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브랜드를 만들었고, 브랜드를 만들다 보니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두 사람이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 누구를 부를까 생각하다가 대오를 떠올렸어요.

대오 : 밤 열두 시에 두 사람이 저를 찾아왔더라고요.(웃음)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사람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도 했고, 회사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죠.

창업과정은 물론 회의내용과 제품 제작기를 유튜브에 올리고 계신데요. 세세한 사항까지 유튜브에 공개해도 괜찮나요?

소호 : 오히려 저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유튜브를 포함해 인스타그램, 브런치로도 저희의 일하는 이야기를 기록하죠. 브랜드에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정리'의 역할입니다. 속도감 있게 일하는 조직일수록 멤버 각자의 프로젝트 방향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흩어지기 쉽거든요. 기록을 하면서 저희의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두 번째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입니다. 영상이나 글로 기록하면, 아래에 댓글이 달리는데요. 팬들의 피드백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죠.

대오 : 디자인 프로젝트의 경우, 영상을 보고 난 후 제안이 들어오기도 해요. 최근 오뚜기와의 협업도 모티비 구독자인 오뚜기 관계자의 제안으로 시작됐죠.

모베러웍스 유튜브채널 모티비로 시작된 오뚜기와의 협업 프로젝트. 디자인 과정도 모티비로 공개되어 팬들의 피드백을 얻었다. 이런 신선한 과정을 통해 오뚜기의 누룽지 신제품, '밥플레이크'가 출시되었다. ⓒ모베러웍스

오뚜기 외에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제주맥주, 한정판 신발 거래 플랫폼 '크림' 등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했는데요. 어떤 파트너와 협업했을 때 좋은 결과로 이어졌나요?

대오 : 엄밀히 말하면 콜라보가 아니라 디자인 의뢰를 받은 거였어요. 그런데 브랜드가 가진 특성과 저희의 색깔이 잘 어우러져서, 많은 분들이 콜라보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에서 나아가, 파트너의 관계로 봐주신 거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저희 내부적으로도 한 가지 기준이 생겼어요. 배경이나 커리어가 아닌, 서로의 색깔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브랜드와 만나 협업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연주합니다

모베러웍스라는 이름 안에서 멤버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나로 모아주는 공통분모는 무엇인가요?

소호 :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희 브랜드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단순히 저희 티셔츠 한 장을 좋아하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보다 저희가 했던 이야기에 공감하시는 게 아닐까요?

대오 : 저희가 했던 이야기의 공통점은 '일'이에요. 저희는 새로운 일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가방과 머그컵, 노트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가방, 머그컵, 노트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일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길 원하죠.

모베러웍스 멤버들의 공통점도 궁금해요.

소호 :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같아요. 일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것일 수도 있는데요. 저희는 일을 삶에서 보다 큰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죠.

멤버들이 프로젝트를 할 때 '연주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어요. 두 분을 악기에 비유한다면 어떤 악기일까요?

대오 : 저는 드럼이나 징처럼 묵직한 악기 같아요. 우선순위를 세워서 하나에 몰입하는 성향이죠. 한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나면 다음 프로젝트 때까지 휴지기를 두는 편이고요. 소호는 피아노나 가야금처럼 정교한 선율을 만드는 악기 같아요. 놓치기 쉬운 회사의 대소사를 꼼꼼하게 챙기죠. 일을 할 때도 섬세한 디테일을 잘 살려내고요.

소호 : 모베러웍스를 음악에 비유한다면, 재즈와 비슷한 것 같아요. 재즈 중에서도 클래식 재즈보다는 변주가 굉장히 많은 즉흥연주에 가까울 것 같고요.

'규칙 없음' 지향하는 브랜드,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다섯 가지 규칙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모두 다른데, 일하면서 충돌하는 경우는 없나요?

(후략)

※ 이 콘텐츠는 지식플랫폼 폴인의 스토리북 〈폴인이 만난 사람〉의 4화 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인터뷰 내용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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