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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유라 자동 입학취소 됐다" 부산대 이 말 거짓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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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 청년의힘 대표 황보승희 국회의원이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와 부정 입학 의혹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 청년의힘 대표 황보승희 국회의원이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와 부정 입학 의혹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유라, 이대 2016년 12월…청담고 2017년 3월 취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30)씨의 부산대의전원 입학을 취소하라”는 야당 요구에 대해 부산대가 내놓은 해명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감사결과 자료에 따른 것이다.

황보승희 의원 “부산대 진상조사해야”

3일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등에 따르면 박홍원 부산대 부총장은 지난달 22일 “정유라는 청담고에서 퇴학 처분을 하는 바람에 이화여대도 자동적으로 입학이 취소됐다”며 “조민의 (고졸, 대졸) 학력은 유효한 상태여서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황보 의원이 확보한 교육부의 정유라씨 감사자료에 따르면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취소는 청담고 졸업취소 처분이 나오기 전에 결정됐다. “정씨가 고졸이 아니기 때문에 이화여대에도 자동으로 입학이 취소된 경우”라는 취지의 부산대 측 해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화여대가 정씨의 입학을 취소한 시기는 2016년 12월 2일이다. 이화여대는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전형 면접에서 정씨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입학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청담고가 정씨의 졸업을 공식 취소한 시기는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17년 3월 8일이다. 서울시교육청에 졸업 취소 결과를 통보한 시점은 그해 3월 14일이었다.

황보 의원은 “부산대가 해명한 선(先) 고등 졸업취소, 후(後) 대학 입학취소는 사실이 아니며, 이에 따라 ‘자동’ 입학취소 됐다는 부산대 해명은 거짓”이라며 “부산대가 기본적인 사실관계까지 왜곡해서 조민에 대한 진상조사를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박 부총장은 “언론보도를 통해 청담고 입학 취소 후 이화여대 입학이 자동으로 취소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서울시교육청이 청담고에 입학취소 지침을 내린 것은 2016년 12월이어서 이화여대 입학취소보다 먼저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 등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식, 지성호, 이종성, 조명희, 정경희 의원. 오종택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 등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식, 지성호, 이종성, 조명희, 정경희 의원. 오종택 기자

“고졸 취소로 이대 입학취소”는 거짓 

 앞서 야당은 “조민씨에게 경력증명서를 발급한 기관이 허위 증명서였다며 사과하고 관련자 징계를 했는데도 부산대가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황보 의원은 “단국대는 2019년 8월 의학논문 확인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사과했고, 대한병리학회는 그해 9월 조민이 제1저자로 이름 올린 논문을 직권 취소했다”며 “그런데도 부산대와 교육부가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입학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부산대의 입장은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민의 입학취소는 행정법적 쟁점이고, 이런 유의 사건은 1심 판결은 물론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도 입학 취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의 입장은 형사법적 판단이며, 형법학자인 차정인 부산대 총장이 형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며 “고의적인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019년 12월 조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입학 의혹이 터지자 부정입학에 따른 입학취소 관련 법률조항을 신설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6(입학허가의 취소)에 ‘학생이 입학전형에 위조 또는 변조 등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입학의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선택조항이 아닌 의무조항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부산대 학칙에는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다. 박 부총장은 “교육부 지침대로 학칙을 개정한 국립대는 현재 서울대가 유일하다”며 “지난 1월 부산대 학칙을 정비할 때 입학과에서 입학취소 관련 규정을 누락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르면 2월 중으로 교육부 지침대로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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