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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성과급 불만…최태원 "내 보수 직원과 나누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상은 SK하이닉스 구성원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가 사내 공지를 통해 초과이익분배금(PS) 규모를 연봉의 20%(기본급의 400%)로 정한다"고 밝힌 뒤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최 회장이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며 내부 다독이기에 나선 것이다.

1일 이천 반도체공장 준공식서 '깜짝 발언' #직원들 "삼성전자 비해 적다" 불만 나오자 #직접 해결책 제시하며 다독이기 나선 듯 #회사 측 "직원들과 갈등해결 계기 되기를"

이날 최 회장의 발언은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새로 가동하는 M16 반도체공장 준공식 행사에서 나왔다. 이 행사는 하이닉스 직원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비대면으로 참관했다. 최 회장은 "최근 PS와 관련된 논란이 안타깝다"면서 "(이번 논란은) 회사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PS에 대해 직원들과 공감대 형성을 먼저 했어야 했다는 자책도 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상은 구성원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연봉 중 SK하이닉스 보상분은 2019년 기준 30억원 수준이다. 이를 하이닉스 구성원 2만8000명에게 동일하게 나눠줄 경우 1인당 10만원가량 된다. 최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SK㈜와 SK하이닉스에서 보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이례적으로 자신의 보수를 반납하겠다는 발언한 데는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 PS에 대한 불만 수위가 심상치 않아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둬 직원들이 대규모 보상을 기대했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반도체 시장이 호황이던 2018년에는 PS로 연봉의 50%, 특별기여금으로 연봉의 25%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는 PS로 연봉의 20%만 지급됐고 특별기여금은 없었다. 반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비율로 따지면 SK하이닉스보다 두 배 이상이다.

성과급 규모가 공지된 뒤 SK하이닉스 사내게시판에는 '회사의 PS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는 직원들의 글이 올라왔다. 특히 '입사 4년차'라고 밝힌 한 직원은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메일을 보내 'PS 산출 방식과 계산법' '영업이익 5조원을 맞추기 위해 PS를 깎았다는 임원 발언의 진위' '삼성과의 임금 차별로 사기 저하에 대한 해결책' 등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회사 영업이익이 2019년(2조7000억원)보다 지난해(5조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는데, 성과급은 똑같다"면서 "협력사만도 못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에 대해 좋은 취지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직원들과 갈등을 해결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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