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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냐, 속도냐…'2100조 부양안' 놓고 바이든 첫 시험대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협치냐, 속도냐'

국정 과제 '국민 통합'과 '경기 회복' 충돌 #공화당 "1조9000억 달러 과해…6000억 달러로" #백악관 "협상 가능… 6000억 달러는 너무 적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 과제가 서로 충돌하면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야심 차게 꺼내 든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 경기부양안에 공화당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공화당 요구를 묵살하자니 제1 과제로 내세운 '국민 통합'이 멀어지고, 요구를 수용하자니 빠르게 경기를 끌어올리려던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수전 콜린스(메인주)가 이끄는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면서 의회에 제출된 부양안 규모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서한에 서명한 빌 캐시디 상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수정안은 6000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규모의 3분의 1수준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 대안은 초당적 지지로 의회가 신속하게 승인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대통령이 내 건 통합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와 건강, 경제 및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선의의 협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방통행은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일침을 가한 것이다.

상원의 민주당은 예산조정권을 발동해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일반적으로 법안 통과에는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60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예산조정권을 발동하면 절반 이상인 51표로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상원을 양분하고 있는데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51표로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 [AP=연합뉴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 [AP=연합뉴스]

백악관과 협상을 제안한 이들은 수전 콜린스, 리사머코우스키, 밋 롬니 등 공화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특히 '협상파'가 10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은 전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50명과 합치면 60표가 되기 때문에 통상적인 상원 규칙에 따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브라이언 디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국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경기부양 법안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의견에 열려 있지만, 대통령은 이 위기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CNN은 익명의 백악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1조 9000억 달러보다 적은 규모 부양안에 협상할 용의가 있지만, 6000억 달러 규모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안보다는 규모를 키워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1일 구체적인 예산 수정안의 규모와 항목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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