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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정부 비판 기사 맘대로 삭제···딱 걸린 KBS라디오 아나운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노동조합이 1일 KBS1 라디오 주말 14시 뉴스를 진행한 김모 아나운서가 지난해 10~12월 20여건의 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 KBS노동조합

KBS노동조합이 1일 KBS1 라디오 주말 14시 뉴스를 진행한 김모 아나운서가 지난해 10~12월 20여건의 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 KBS노동조합

KBS1 라디오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 기자들이 제작한 원고 중 일부를 빼버리고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모 아나운서가 과거에도 정부에 불리하거나 북한을 비판한 뉴스의 경우 임의로 삭제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KBS노동조합은 1일 KBS1 라디오의 주말 14시 뉴스를 진행한 김 아나운서가 지난해 10~12월 두 달간 20여 건의 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추가했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가 임의로 방송하지 않은 기사는 북한의 열병식 개최 관련 건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진전 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 등이었다.

김 아나운서는 가장 중요한 뉴스여서 첫 번째에 배치된 ‘톱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열병식 실시 정황을 포착했다는 기사였다.

또 아예 기사를 삭제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를 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오토웜비어 가족이 “우리는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과 폭력의 희생자”라고 말했다는 부분이었다. 이 밖에도 한국의 소비심리 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26번째로 떨어졌다거나 수입의존도가 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는 부분도 보도하지 않았다.

KBS노동조합이 1일 KBS1 라디오 주말 14시 뉴스를 진행한 김모 아나운서가 지난해 10~12월 20여건의 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 KBS노동조합

KBS노동조합이 1일 KBS1 라디오 주말 14시 뉴스를 진행한 김모 아나운서가 지난해 10~12월 20여건의 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 KBS노동조합

김 아나운서가 문장을 추가한 경우도 있었다. 북한의 심야 열병식에서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이었다. 당초 기사는 “김 위원장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외부 위험에 맞서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마무리된다. 김 아나운서는 여기에 “(김 위원장은) 또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보낸다고 밝히고 북과 남이 다시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KBS 노동조합은 “청와대 주요 인사에 대한 검찰 조사 뉴스나 북한의 무력시위 동향,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담긴 뉴스를 삭제하고 불방했다”고 분석했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2월 19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소식을 전하면서 야당 의원이 제기한 ‘봐주기 수사’ 의혹 부분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KBS는 “김 아나운서가 원고대로 낭독할 경우 방송 시간을 초과해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방송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뉴스 일부를 수정‧생략했다”고 설명했다.

KBS노동조합은 약 1200명 정도가 가입한 노조로 KBS 내 가장 많은 노조원을 가진 언론노조 KBS본부와는 다른 조직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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