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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기고] 북한 전략핵 아닌 전술핵 대비가 먼저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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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호 31면

박창권 전 국방연구원·안보전략연구센터장

박창권 전 국방연구원·안보전략연구센터장

북한은 이달 초 평양에서 7박8일 동안 개최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첨단 전술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공식 천명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사업 총화 보고서에서 북한의 주요 핵 능력을 나열했다. 거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초대형 방사포, 초대형 수소탄, 신형 전술 로켓과 순항미사일을 포함한 첨단 전술 핵무기, 다탄두 미사일과 핵잠수함 기술 등이 포함됐다.

당 대회, 전술핵무기 보유 천명 #신형 전술로켓·순항미사일 포함 #기존엔 북 전략핵 능력에만 주목 #핵 위협 변화에 맞춤형 대응해야

물론 김정은이 개회사에서 경제 실패를 인정할 만큼 북한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두루 갖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군사력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첨단 전술 핵무기 개발을 천명함에 따라 한국은 북핵에 대비한 전략의 재평가 및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는 그동안 주로 미국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전략적 핵 능력에 관심을 집중해왔다. 전략적 핵 능력은 고위력 핵무기로서 폭발력이 커서 대량 파괴를 야기하기 때문에 전쟁 억제를 위해 보유하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절대무기’다. 그러나 전술핵무기는 저위력 핵무기라 현재 운용되는 재래식 무기에 장착, 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155mm 대포로도 핵폭탄 발사가 가능하다. 전장에서 군사표적을 단번에 무력화시키고 엄청난 공포를 조성할 수 있는 맞춤형 핵무기인 것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옛 소련의 대규모 재래식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전술핵무기의 선제사용을 전략으로 채택했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재래식 전장에서 제3국의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핵전략을 채택했다.

지난 14일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 [뉴시스]

지난 14일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 [뉴시스]

파키스탄 또한 인도의 우세한 첨단 재래식 군사력에 맞서기 위해 자국 영토에 대한 군사적 침공뿐만 아니라 정권과 핵심 군사력이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천명했다. 북한 역시 전술핵무기를 이들 국가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의 취약성이나 재래식 군사력을 고려하면 북한은 한·미 연합 전력에 대한 비대칭 수단으로 전술핵무기를 더욱 공세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북한 핵 위협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무엇보다 더욱 강화된 억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억제 전략은 분쟁 초기, 위기 상황, 전쟁 등 각 단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운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전략적 중심을 두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보장 공약을 확실히 해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자 한다. 한·미 전작권 전환 조건의 하나는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초기 필수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첨단 군사장비를 도입해 이런 능력을 키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새로운 핵 능력은 앞으로 한국의 첨단 재래식 군사력 건설의 효용성에 대한 불가피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미국에 대한 한국의 안보 의존을 심화시킬 것이다.

한국의 국방 전략은 북한의 핵전략 특성을 반영한 제한전 수행 전략, 새로운 방식의 전략과 작전개념, 군사력 건설 방향의 혁신과 변화를 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신기술과 신 작전개념을 접목하는 군사 혁신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전략 및 작전방식은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북한의 전략핵 능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는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없다. 전쟁 승리만을 추구하는 전략과 작전개념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과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끝으로 북한 핵 위협의 진화를 반영해 이를 관리하고 약화시키기 위한 신뢰 구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비록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말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계속 준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오판과 오인 등에 의한 군사적 충돌이나 위기조성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군사와 외교의 효과적인 융합이 더욱 절실해졌다. 〈예비역 해군 대령〉

박창권 전 국방연구원·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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