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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보다 후순위? 스가 통화한 바이든, 文과는 주말 넘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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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통화가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오전까지도 한ㆍ미 정상통화 일정을 공지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0.11.12 [청와대 제공·AP 자료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0.11.12 [청와대 제공·AP 자료사진 = 연합뉴스]

청와대는 전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ㆍ미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동맹 현안과 한반도 및 글로벌 이슈들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통의 당사자인 미국에서 한ㆍ미 공조의 시작을 알릴 정상통화 일정을 확정해 알려주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선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취임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 우방 정상들과 통화를 마쳤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2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 봉쇄전략’에 직접 관여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라다. 미국 외교의 ‘제1 관심사’가 중국에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첫 정상통화의 순서에 자신이 추진할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반영해왔다. 이례적으로 중동국가들과 가장 먼저 통화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만약 지금까지 중국 문제에 집중했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앞서 중동 국가와 먼저 접촉할 경우, 한반도 문제는 미국 외교의 ‘우선 순위’에서 중국, 중동에 이은 차후 과제로 밀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와 같은 미국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미ㆍ일, 한ㆍ미 정상통화 일정에 5일의 간격을 뒀고, 재임 기간 내내 ‘전략적 인내’라는 소극적 대북 전략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행정부 때와 비슷한 판단을 한다면 남은 1년여의 임기 안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성과를 내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화상 정상회담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화상 정상회담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부터 공식ㆍ비공식 채널로 바이든 행정부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해왔다.

실제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ㆍ미 양국 정부를 긴밀히 연결할 수 있는 미국의 중견 외교ㆍ안보통을 통해 곧 출범할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 김정은과 북ㆍ미 대화를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월 12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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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한ㆍ미 정상 통화가 늦어지면서 외교가 일각에선 “한ㆍ미 정상통화에 앞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소통한 것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통화가 주말을 넘겨 다음주초로 밀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조만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통화의 순서나 시기는 중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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