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 바이든 측에 싱가포르식 북미 정상회담 제안"

중앙일보

입력 2021.01.12 00:02

업데이트 2021.01.1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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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한·미 양국 정부를 긴밀히 연결할 수 있는 미국의 중견 외교·안보통을 통해 곧 출범할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 김정은과 북·미 대화를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신 강조, 대화재개 촉구”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싱가포르 북·미 합의는 트럼프 정부가 이뤄낸 성공 사례다.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미 메신저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선 바이든 행정부와 가까운 지한파 외교통들이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 합의는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이뤄진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양 정상은 당시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까지 경색된 상태다.

이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당대회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상당히 강한 표현을 썼지만, 김 위원장의 메시지 자체는 미국과의 대화를 요구한 것”이라며 “속단하긴 이르지만 7월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상황의 전환점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그사이 도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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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싱가포르 합의는 트럼프 업적…바이든에 계승 요구, 현실성 떨어져”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신년사에서 “멈춰 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며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싱가포르 모델’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과거 북핵 협상을 이끌었던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싱가포르 모델을 꺼낼 거란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며 “그러나 미국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모델을, 그것도 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바이든 행정부가 계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메신저로 거론되는 인물들 역시 엄밀히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방계(傍系)에 가까워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도 “북한은 핵 협상력을 앞세워 미국과 대화할 때 한국이 자신과 같은 입장이 아니면 빠지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교류·협력을 꺼내면 북한은 오히려 ‘놀리냐’고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제히 김정은 답방설=이런 와중에 여권은 일제히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설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대북 업무를 맡았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이 반드시 올해 있어야 한다”며 “의료 지원이나 방역 지원으로는 안 되고 좀 더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하게 가보자는 게 김 위원장의 속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시기를 “여름”으로 특정했다. 다만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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