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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질환' 여자만의 아픔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당신의 자궁은 안녕하십니까?'

우리나라에서 1년에 자궁을 들어내는 여성은 1천 명당 6.1~8.6명. 대략 14만명이 매년 여성의 상징인 자궁을 잃는다.

이 중 8만명 정도가 양성종양이 원인이다. 부인과질환은 이제 중년 이후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혼여성, 심지어 청소년들까지 공략한다. 발생빈도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여성인구 두 명 중 한 명은 크든 작든 부인과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 정말 많아지나=부인과 종양 중 가장 흔한 것은 자궁근종. 전체 여성의 20~30%에서 발생한다.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종의 유병률은 각각 여성의 10~20%를 차지한다. 난소물혹(낭종)은 너무 흔히 발견돼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궁과 난소질환이 증가한다고 단정짓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과거에는 모르고 지나가던 질환이 초음파 같은 정밀 진단방법의 등장으로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종의 경우엔 증가 이유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다. 자궁내막이란 수정란이 착상하면 태아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종의 '밭'이다.

매달 생성됐다가 임신이 안되면 월경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이 내막세포의 일부가 몸 안에 남아 난소나 골반 벽에 붙어 자라는 것이 자궁내막증이다.

고려대 의대 여성암센터 이재관 교수는 "몸에 잔류한 내막세포를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가 먹어 치워야 하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러한 청소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에 민감하거나, 가공식품 또는 고지방식,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관여해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것이 자궁내막 질환이 증가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내막세포가 자궁근육 안에서 자라는 선근종도 같은 이론으로 설명된다.

부인과 종양은 여성호르몬과도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박금자산부인과 원장은 "에스트로겐이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이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많거나 민감한 사람에서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에 따른 결혼과 출산의 지연,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균형의 부조화가 부인과 종양 질환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 위험한 것과 위험하지 않은 것=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층에 생기는 섬유조직 덩어리. 하지만 암은 아니다.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콩알만한 것에서 어른 머리만한 것까지 있다.

종양 위치도 자궁점막 바로 아래쪽에서 자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자궁벽 깊숙이 자리잡은 것도 있다. 자라는 속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환자의 나이가 젊다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7백58명의 자궁근종 환자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층은 40대로 3백1명.

그러나 30대에서 2백85명, 20대에서도 1백15명이나 나타났다. 반면 50대 50명, 60대 4명, 70대 3명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암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이정로 교수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대부분 정기적인 부인과 검사를 통해 발견된다"며 "크기가 작고, 월경통이나 과다 출혈 등 문제가 없다면 정기적인 체크를 하며 치료를 받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은 내막세포가 자라는 위치에 따라 치료 여부가 결정된다. 난소를 침범할 경우 나팔관 유착이 불임으로 연결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은 골반통과 월경통이다.

골반통은 월경과 함께 또는 직전에 나타나고, 월경통은 월경 시작 전에 발생해 월경 내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자궁선근종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자궁육종과 진단상에서 구분하기 어렵다. 이재관 교수는 "선근종은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만 육종 가능성 때문에 자궁을 적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혹으로 알려진 난소낭종 또한 그렇게 위협적인 질환은 아니다. 월경 주기에 따라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아무 탈 없이 보내는 경우도 흔하다.

박금자 원장은 "낭종은 초음파 영상에서 모양이 공처럼 동그랗게 보여 진단하기도 쉽다"며 "보통 지름 6㎝ 이하면 치료를 보류하거나 호르몬제를 투여하면서 결과를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 환자에 맞는 치료방법을=암이 아닌 부인과 종양은 대체로 응급상황이 아니므로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영동세브란스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는 "종양의 크기와 위치.증상.환자의 나이.결혼 여부 등을 참고해 약이나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복강경과 자궁내시경의 발달로 종양 자체만 제거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복강경은 배에 빛과 수술용 도구가 들어가는 3~4개의 구멍을 뚫고 종양을 제거하는 것. 자궁내시경은 같은 원리지만 질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다르다.

이정로 교수는 "요즘엔 위치에 따라 3㎏이 넘는 혹도 임신 기능을 살리면서 떼어낸다"며 "근종의 크기를 감소하기 위해 여성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약물치료가 선행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이런 경우 자궁질환 의심을

(1) 월경량이 많거나 월경통이 심한 경우

(2) 성교통이 있는 경우

(3) 정상 월경시기가 아닌데도 출혈이 잦은 경우

(4) 날카로운 복통이나 요통.골반통이 있는 경우

(5) 배뇨통.배뇨곤란.변비가 있는 경우

(6) 어머니가 부인종양 경력이 있는 경우

자료: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 자궁 적출의 원인

(1) 자궁 근종 30%

(2) 내막증 선근증 20%

(3) 부정출혈 20%

(4) 자궁 탈출.만성 골반통 20%

(5) 악성종양(암)10%

자료:고대의대 구로병원 여성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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