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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후’ ‘암행어사’ 쌍끌이 흥행…퓨전 사극 승승장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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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중전 김소용(신혜선)이 철종(김정현)을 향해 삿대질하는 모습. [사진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중전 김소용(신혜선)이 철종(김정현)을 향해 삿대질하는 모습. [사진 tvN]

퓨전 사극이 강세다.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가 시청률 13.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미니시리즈 중 선두를 달리고 있고, KBS2 월화드라마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은 12%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JTBC ‘런 온’, tvN ‘여신강림’, KBS2 ‘바람피면 죽는다’ 등 현재 방영 중인 수목드라마 3편이 모두 3%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가세로 한층 치열해진 드라마 시장에서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타임슬립에 장르물 더한 ‘철인왕후’ #여성 맹활약 코믹 수사물 ‘암행어사’ #정통사극 부재 중장년 아쉬움 달래 #‘달이 뜨는 강’ 등 후속작 관심 모아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도 선전 ‘철인왕후’

겉으로는 허수아비 왕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반란을 꿈꾸고 있는 철종. [사진 tvN]

겉으로는 허수아비 왕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반란을 꿈꾸고 있는 철종. [사진 tvN]

대한민국 청와대 셰프 장봉환(최진혁)의 영혼이 깃든 중전은 창의적 요리를 선보인다. [사진 tvN]

대한민국 청와대 셰프 장봉환(최진혁)의 영혼이 깃든 중전은 창의적 요리를 선보인다. [사진 tvN]

중국 웹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철인왕후’는 캐릭터 덕을 톡톡히 봤다. 방송 첫 주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라고 표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를 받는 등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지만 시청률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조선판 ‘지킬 앤 하이드’로 재해석한 철종(김정현)과 대한민국 청와대 셰프 장봉환(최진혁)의 영혼이 깃든 중전 김소용(신혜선)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보는 재미를 살린 덕분이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들이 품고 있는 사연이 드러나면서 더 큰 지지를 얻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장르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적중했다. 순원왕후(배종옥)와 김좌근(김태우)의 손아귀에 들어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철종과 타임슬립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김소용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전의 이야기는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KBS1 ‘대조영’(2006~2007) 같은 정통사극으로 시작해 KBS2 ‘각시탈’(2012), ‘화랑’(2016~2017) 등 퓨전 사극의 경계를 넓혀온 윤성식 PD와 서스펜스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2019) 등으로 호평받은 박계옥 작가의 만남이 빚어낸 결과다.

지상파 중 홀로 남아 승승장구 ‘암행어사’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의 성이겸(김명수). 어사로 파견돼 활약한다. [사진 KBS]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의 성이겸(김명수). 어사로 파견돼 활약한다. [사진 KBS]

어사를 수행하는 다모 홍다인(권나라)은 웬만한 남성도 하기 힘든 일을 척척 해낸다. [사진 KBS]

어사를 수행하는 다모 홍다인(권나라)은 웬만한 남성도 하기 힘든 일을 척척 해낸다. [사진 KBS]

반면 ‘암행어사’는 코믹 미스터리 수사극을 표방하지만 정통사극에 가깝다. 개차반 관료에서 참된 암행어사로 거듭나는 성이겸(김명수)과 그의 곁을 지키는 잔정 많고 눈물 많은 몸종 박춘삼(이이경)은 흔한 조합이다. 하지만 배포와 담력을 겸비한 다모 홍다인(권나라)의 합류로 차별화를 꾀했다. 웬만한 남성도 하기 힘든 일들을 척척 해내며 여성 서사가 중요해진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다. 박성훈ㆍ강민선 등 작가는 신인이지만, KBS2 ‘공주의 남자’(2011)와 ‘조선총잡이’(2014),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2018)와 ‘간택-여인들의 전쟁’(2019~2020) 등 사극에서 활약해온 김정민 PD가 연출을 맡아 안정감을 더했다.

이달 초 SBS ‘펜트하우스’ 시즌 1 종영 이후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남은 월화드라마로 반사이익을 본 KBS는 ‘암행어사’ 후속도 퓨전 사극 ‘달이 뜨는 강’을 택했다. 고구려 평강 공주(김소현)와 온달 장군(지수)의 판타지 로맨스로 윤상호 PD가 연출을 맡았다. MBC ‘태왕사신기’(2007)부터 SBS ‘사임당 빛의 일기’(2017), MBC ‘이몽’(2019) 등을 만든 사극 강자다. SBS는 ‘홍천기’ ‘조선구마사’, MBC는 ‘옷소매 붉은 끝동’, tvN은 ‘어사조이뎐’ 등 각 방송사마다 올해 방송 예정인 퓨전 사극이 여러 편이다. 특히 ‘홍천기’는 KBS2 ‘성균관 스캔들’(2010)과 MBC ‘해를 품은 달’(2012) 등 로맨스 사극의 새 지평을 연 정은궐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통사극 부활? 시대 변화 발맞춰야”

다음 달 방송 예정인 ‘달이 뜨는 강’에서 고구려 평강공주 역을 맡은 김소현. [사진 KBS]

다음 달 방송 예정인 ‘달이 뜨는 강’에서 고구려 평강공주 역을 맡은 김소현. [사진 KBS]

이 같은 퓨전 사극 바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플랫폼이 점차 다양화되는 시대에 TV를 주로 이용하는 시청층은 사극을 즐겨보는 중장년층과 일치한다”며 “KBS나 TV조선에서 꾸준히 사극을 시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짚었다. 이어 “조선 건국부터 영정조 시대 등 정사는 이미 다뤄질 만큼 다뤄졌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이색 장르와 결합함으로써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퓨전 사극은 상대적으로 고증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철인왕후’는 철종 시대를 택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지만 역사적 배경을 소거하고 봐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밝혔다.

KBS1 ‘장영실’(2016) 이후 사라진 정통사극에 대한 갈증을 채워준다는 분석도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 제작비가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해외 판매를 위한 한류 스타 기용이나 간접광고(PPL)가 어려운 탓에 정통 사극 제작이 쉽지 않다”며 “퓨전 사극은 중장년층과 젊은 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 측은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정통 대하사극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윤석진 교수는 “교육과 계몽은 정통사극이 지닌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시대변화에 발맞춰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부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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