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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주식 투자자의 뇌 사진을 찍는다면…

중앙일보

입력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베일러의대 신경과학자 리드 몬타규 박사는 팹시콜라 광고에서나 보던 실험을 자신의 연구에 도입했다. 실험대상자들의 눈을 가린 채 코카콜라와 팹시콜라를 맛보게 한 후 선호하는 제품을 물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다른 점은 단순히 질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를 이용해 콜라 맛을 보는 동안 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활동도 동시에 측정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콜라를 마시는 동안에는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이라는 뇌부위에 피가 더 많이 몰리면서 뇌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뇌의 특정 영역이 활발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방법을 기업에서 다양하게 적용한다면 소비자가 '해리 포터'의 주인공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중에서 누구와 더 동일시하는지도 뇌 활동 분석을 통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지난 9월호에서 '뇌의 구매버튼을 찾아서'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신경경제학'이라는 최신 학문 분야를 소개했다. 신경경제학이란 사람들이 투자 활동이나 소비 활동을 할 때 위험요소와 보상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신경경제학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광고다. 광고를 시청하고 있는 동안의 뇌 활동패턴을 특정해보면 광고회사가 만든 15초짜리 광고가 시청자들의 구매욕구를 얼마나 증진시키는지 광고주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광고의 어느 부분이 뇌의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지도 알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인 광고를 만드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경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나 포드 같은 회사는 이미 이러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핵자기공명영상촬영(MRI)장치같이 단지 뇌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을 넘어 양성자단층촬영장치(PET)나 fMRI처럼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면서, 뇌영상 분야는 신경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인간공학.경제학 같은 다른 학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경경제학의 탄생도 뇌영상 기법의 발전에 전적으로 기인하고 있다.

신경경제학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사람은 '제임스 리터드'라는 애틀랜타 거부인데, 그는 증권매매에서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학자들에게 거금을 연구비로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만약 신경경제학자들의 연구가 좋은 결실을 본다면 성공한 투자자의 뇌는 다른 투자자들과 어떻게 다른지 밝혀낼지도 모른다"고 포브스지는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과연 세상의 모든 투자자는 '성공한 투자자'가 될까. 자본주의와 상업주의가 위용을 떨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점점 '실험실의 모르모트'가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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