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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만에 31개 질문 답했다···바이든 입 '샤키' 데뷔 합격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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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사키 신임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젠 사키 신임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젠 사키(43) 백악관 새 대변인이 출입기자들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다섯 시간 만에 17개 행정명령을 내리자 곧바로 브리핑에 나선 것이다. 보통 첫 브리핑은 상견례 차원에서 진행되지만, 그는 이날 30분 넘도록 31개의 질문에 답했다.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는 중에도 브리핑 분위기는 사뭇 부드러웠다. 사키 대변인이 특유의 노련함과 유머로 응대하면서다. 한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과 관계복원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첫 순방 일정 계획은 정해졌느냐”고 묻자, 사키 대변인은 “(취임) 7시간밖에 안 됐는데 해외 출장 준비요? 적어도 난 준비됐어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앞으로 매일 브리핑을 하겠다면서도 “주말은 제외할게요. 나는 괴물이 아니거든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사키 대변인은 기자들을 '피터' 등, 이름(first name)으로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만큼 기자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의 브리핑 데뷔는 합격점을 받았다. 친 바이든 성향이 뚜렷한 CNN은 "이런 정상적 브리핑은 오랜만"이라고 대놓고 호평했다.

특히 주목 받은 건 정파를 떠나 성실히 답변하는 태도다. 뉴욕타임스(NYT)는 “(친 도널드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출입기자를 포함해 거의 모든 이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했다”고 평가했다. 모든 매체에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여러분과 나에겐 시각차가 당연히 있지만, 그것도 민주주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젠 사키 대변인은 첫 브리핑에서 "진실과 투명에 방점을 찍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젠 사키 대변인은 첫 브리핑에서 "진실과 투명에 방점을 찍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바로 이 점에서 이날 브리핑은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는 딴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언론과 담을 쌓거나 각을 세우며 지냈다. 대통령의 트윗이 공식 메시지였고, 가끔 열리는 브리핑에서도 질문은 제한됐다. 심지어 세 번째 대변인이었던 스테파니 그리샴은 9개월여 동안 한 번도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마지막 대변인인 케일리 매커내니는 지난해 11월 질문하는 CNN 기자에게는 반 트럼프 성향을 문제 삼으며 “답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브리핑장을 나가버려 빈축을 샀다. 트럼프 전 대변인 본인도 CNN 기자들에게 "가짜뉴스"라고 호통치며 질문을 거부하며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케일리 매커내니.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케일리 매커내니. 연합뉴스

사키 대변인이 취임식 다음 날 올린 트윗에선 그의 또 다른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발언이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된다 싶으면 바로 나서서 정정하는 성숙한 신속성이다. 그는 지난 21일 트위터에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전날 브리핑에서 유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바이든과 상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가,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커지자 곧바로 정정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포브스는 지난 22일 “‘즉각성’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전 대통령의 트위터로부터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새 정부 임기 초기부터 노련함을 보일 수 있는 배경엔 20년 가까운 경험이 있다. 사키가 정계에 발을 들인 건 2001년이다. 당시 미국 윌리엄 앤 메리 대학을 졸업한 뒤 아이오와주에서 톰 하킨 상원의원의 재선 캠페인에 합류하면서다.

이후 2004년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 후보에 나섰을 때 공보차관으로 일했다. 바이든과 인연을 맺은 건,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일하면서다.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부대변인에 이어, 백악관 공보부장, 국무부 대변인을 지냈다. 이후 트럼프 재임 시절엔 CNN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인수·인계팀 고문으로 발탁됐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부동산 개발업자 아버지와 심리치료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계에 들어선 뒤 민주당 보좌관이었던 그레고리 메쳐와 만나 2010년 결혼했다. 슬하엔 두 아이가 있다.

백악관 공보참모 우먼파워 7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백악관 공보참모 우먼파워 7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젠 사키 대변인을 포함해 바이든 행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백악관 공보·홍보팀 고위직 7명 모두 여성이다. 특히 카린 장 피엘(43) 백악관 부대변인과 시몬 샌더스(30) 부통령 대변인, 애슐리 에티엔(42) 부통령실 공보국장은 흑인이다. 백악관 공보부국장에 임명된 필리 토바(33)는 성 소수자이자 히스패닉 출신이다. 이를 두고 사키 대변인은 트위터에 “가장 유능하고 전투에 능통한 인물들”이라며 “이번 팀은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지닌 팀이고, 또한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6명의 엄마(들로 구성됐다)”는 글을 올렸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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