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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달라"…대만에 SOS 치는 美·獨·日 차업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폴크스바겐의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 생산라인에서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크스바겐의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 생산라인에서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칩)를 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자동차사는 물론 정부의 협조요청이 대만으로 쇄도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의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대만의 왕메이화 외교부장에게 "차량용 칩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정부도 최근 대만에 반도체 협조 요청을 했다.

미·독·일 차업계, 대만에 반도체 S.O.S.

세계 각국이 대만을 찾는 이유는 칩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의 1, 4위 기업인 TSMC와 UMC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사와 부품업체들은 본인들이 사용할 칩의 설계도를 갖고 있어 위탁생산해 줄 곳만 찾으면 된다. 따라서 독일이나 일본 등의 정부와 자동차사는 대만 정부에 TSMC가 칩 생산과 수출을 늘릴 수 있게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동차에는 자율주행·센서·전자제어 등의 용도로 최대 1000개 안팎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네덜란드 기업인 NXP,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마이크로) 같은 기업이 주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들은 차량용 반도체 증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 점을 감안하고 또 거래 업체와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실제로 NXP나 ST마이크로 등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의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도 지난 23일 "NXP, ST마이크로 등이 덴소·콘티넨탈 등 자동차 부품업체에 칩의 단가를 10~20% 정도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일 칩의 단가가 인상되면 덴소나 콘티넨탈이 만든 부품을 갖다 쓰는 도요타나 폴크스바겐의 차량 생산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와 달리 TSMC는 전체 매출 중 차량용 칩 비중이 3%(지난해 3분기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애플과 AMD,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IT 업체들에 수주한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 생산해 주력하기 때문이다. 일단 대만 정부와 TSMC는 세계 각국의 차량용 칩 협조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TSMC는 최근 공식 성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당사의 최우선 사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만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이자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의 회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이자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의 회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과 달리 국내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주요 반도체 부품의 경우 1~2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 NXP·인피니온·ST마이크로 등에서 공급받은 칩이다. 또 현대차 계열에서 직접 설계한 칩은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생산할 수 있다. 차량용 칩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용 칩과 비교해 현재까지는 비교적 설계·양산이 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칩 가격 10% 뛰면 현대차 영업익 1% 감소 

하지만 국내서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반도체산업협회·시스템반도체포럼 등이 만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논의에는 현대차·쌍용차 등 완성차업계와 만도를 비롯한 부품업체, 텔레칩스·넥스트칩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업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일괄적으로 10% 상승하면 자동차의 생산원가는 약 0.18% 올라간다"며 "그러면 현대차나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1%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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