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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발견되는 공포의 난소암 열로 다스린다

중앙일보

입력

여성암 중에서 난소암은 가장 늦게 발견되는 암으로 '악명'이 높다. 3기까지 진행되면서도 증상은커녕 자궁경부암처럼 질확대경과 같은 간단한 진단방법으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환자의 75%가 임신 6개월 정도 크기로 배가 부른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보통 초기 암덩어리가 직경 30㎝ 정도의 종양으로 성장하는 기간은 불과 1~1.5년. 이 정도면 전이 가능성도 커 적극적인 치료를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이 25%에 머무른다.

최근 이렇게 예후가 나쁜 암치료 성적을 현격하게 높인 연구 결과가 국내 의사에 의해 발표돼 주목을 끈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이준모 교수는 지난 9월 11~13일 미국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에서 열린 제4차 국제난소암학술대회에서 온열항암요법에 대한 지난 5년간의 임상성적을 발표했다. 이교수의 치료성적을 본 학회 측이 경비를 대주며 그를 초청 했다.

온열항암요법이란 암세포가 뜨거운 열에 약하다는 사실을 이용한 치료법. 정상세포의 경우 세포내 단백질은 섭씨 50도가 넘어야 응고(괴사)가 된다. 반면 암세포의 응고 온도는 42~43도. 이 온도의 차이를 이용한 것이 온열요법이다.

문제는 적당한 온도를 지속적으로 암세포에 접촉시키는 것. 난소암의 경우 수술 후 배를 열어 놓은 상태에서 가열된 물을 복강 내에 계속 순환시켜 암세포의 괴멸을 꾀한다.

이교수는 링거액에 항암제 택솔과 알파페론 알파 등을 섞어 2시간 정도 사용했다. 결과는 탁월했다. 3기 환자군 74명의 복강내 고온항암요법군과 대조군(일반적인 종양절제술)을 비교한 결과 5년 생존율이 전자의 경우 53.8%로 후자의 방법을 사용한 환자군(33.3%)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온열항암요법은 수술로 종양의 크기를 가능한 한 줄였을 때 효과가 컸다. 2차 수술시 종양의 크기가 1㎝미만일 때 생존율이 65.6%(대조군 40.7%)로 높게 올라간 것. 2차 수술은 1차 수술에서 남은 암덩어리를 절제하거나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 받는 수술이다.

이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2000년 초까지 이뤄진 것으로 이후 방법이 더욱 개선돼 생존율이 더 높아졌다"며 "세계적으로도 난소암의 온열항암요법은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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