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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방위비분담금 조기 타결…돈 대신 중국 견제 요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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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 출범으로 1년 넘게 답보 상태인 한ㆍ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조만간 타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9년 말 협정 유효기간이 만료됐지만, 한ㆍ미 양국이 제시한 인상 폭의 차이가 너무 커서 협상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미 국방장관 지명자 "협상 조기 타결 추진" #전문가 34명 중 27명 '첫해 13% 인상' 타결 #"중국 견제 동참, 한일관계 개선 요구 가능성"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 출석에 앞서 서면으로 "인준이 되면 인도ㆍ태평양 지역 동맹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로이드 오스틴(예비역 대장)이 19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말하고 있다. 오스틴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로이드 오스틴(예비역 대장)이 19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말하고 있다. 오스틴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오스틴 지명자는 타결 액수와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만큼 정부 내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했던 과도한 증액 대신 현실적인 수준에서 타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한국의 13% 인상안과 미국의 50% 인상안 가운데 한국 측 인상안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앙일보가 이달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첫해 13% 인상' 안을 받아들이고 협상을 타결할 것이란 응답이 34명 중 2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13%도 기존 인상 폭을 생각하면 상당한 수치"라면서 "한국의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 지위를 언급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지나친 분담금 압박보다는 대북ㆍ대중 압박 전선에서 한국의 전략적 효용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인 지난 2013년 12월 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주한미군 올렛 초소에서 북한군에 관한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중앙포토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인 지난 2013년 12월 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주한미군 올렛 초소에서 북한군에 관한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중앙포토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은 해외 주둔 미군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트럼프의 시도를 포기하는 대신 상대국의 분담을 점진적으로 늘리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워싱턴과 서울 간에는 여전히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동맹의 기반과 목적에 대한 합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쿠조노 히데키(奧薗秀樹)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도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한국 내에서 반미 정서가 불필요하게 확산하는 사태를 방지하고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는 것이 대중ㆍ대북 전략상 중요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13%+α' 형태로 증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협상에선 또 다시 갈등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파디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도 (현 수준의 분담금이 공정하지 않다는 미국의 시각에서) 한국 정부의 분담금을 크게 늘리길 원할 것"이라면서 "향후 5년간 매년 12% 정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양보하는 대신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한일관계 개선 등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6일 경기도 평택시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륙하는 모습. [뉴스1]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양보하는 대신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한일관계 개선 등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6일 경기도 평택시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륙하는 모습. [뉴스1]

바이든 행정부는 돈을 놓곤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압박 수위를 낮출 수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한국에 반대 급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무임승차'를 뒤로 물리는 대신 '한국 역할론'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즉 중국 압박에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다. 트럼프 정부에서 만들어진 쿼드(중국 견제를 위한 4개국 안보협의체)에 한국도 뛰어들라는 요구가 1순위로 예상된다.

쿼드 외에도 미·중이 대립하는 현안마다 한국이 보다 선명하게 미국의 친구로 나서라고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과 협상을 지속하면서 미ㆍ중이 대립하는 남중국해 문제, 첨단 기술의 국제표준 문제, 인권ㆍ민주주의 등 가치 문제에서 보다 분명한 미국 지지 입장을 한국에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미국이 비용 이외에 대중국 견제나 한·일 관계 개선 등 역할 분담을 요구할 때 한국 측 대응에 따라 마찰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한국에 분담금을 양보하는 대신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따른 주한미군의 기동군화 등에 대한 동의를 한국 측에 요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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