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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프리즘] 폐 건강 지키려면 등산이라도 하라

중앙일보

입력

독자 여러분이 가장 신경쓰는 장기(臟器)는 무엇인가. 위장인가 아니면 간인가. 뇌나 심장이란 답변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폐를 연상하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폐는 관심 밖의 장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의 본질은 호흡이다. 물이 없어도 1주일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호흡은 단 5분만 멈춰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문제는 한국인의 폐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조사가 시작된 이래 수십년 동안 위암은 단 한번도 암 사망률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에 사상 최초로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 암으로 떠올랐다. 암 발생률은 여전히 위암이 1위다. 즉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암이지만 가장 많은 사람을 죽게 하는 암은 폐암이란 뜻이다.

대표적 폐 질환인 천식도 마찬가지다.

1980년만 해도 어린이 천식환자는 1%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15년 만인 1995년 조사에선 15%로 늘어났다. 무려 15배나 급증한 것이다.

반갑지 않은 소식은 또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전국 2백개 지역에서 18세 이상 성인 9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45세 이상 중년의 경우 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이 질환이 어느 정도나 되는 지를 밝힌 최초의 조사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숨쉬는 기도가 좁아져 생기는 질환으로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으로 나뉜다.

폐활량이 떨어지므로 심한 경우 불과 15㎝ 앞의 촛불도 끌 수 없다. 일단 떨어진 폐기능은 어떤 약물이나 수술로도 회복할 수단이 없다.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면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가쁘게 숨을 몰아 쉬는 고통스런 병이다.

총체적으로 볼 때 골병이 들어간다고 표현해야 옳을 정도로 한국인의 폐 건강은 심각하다. 이유는 뭘까. 공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강조되는 것이 바로 금연이다. 금연 하나만으로 각종 폐질환 발생률을 90%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등산이다. 운동과 동시에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폐에 좋은 약은 따로 없다. 금연과 등산으로 폐 건강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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