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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g 미숙아도 60~70% 생존"

중앙일보

입력

"임신 22주인 체중 3백70g의 여아를 받은 적이 있다. 벌써 6년 전인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신생아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오플라덴 박사와 한 팀이 돼 극소 미숙아 연구를 이끌고 있는 독일 훔볼트 의대 요아킴 두덴하우젠(60.산부인과 전문의.사진) 학장. 이곳에서 살려낸 초저체중의 신생아는 곧 이 병원 신생아팀의 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산림욕장을 연상케 하는 훔볼트대 의대 부속 샤리테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 출생시 체중이 1㎏도 안 되는 미숙아가 얼마나 되나?
"전체 신생아의 1% 정도다.과거엔 이들이 생존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의학의 발달로 90% 이상이 건강하게 자란다."

◇ 한국에선 6백g 짜리도 살려 화제가 됐다.
"독일에선 그 정도는 뉴스가 안 된다. 미숙아 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졌다면 5백g 정도의 생명이 살아날 가능성은 60~70%에 달한다. 그러나 4백g 이하는 10%에 그친다."

◇ 이 병원의 생존율이 미국 55%보다 높은 비결은?
"스트레스 마커(stress marker).사이토카인(cytokine) 측정 등을 통해 엄마 배 속에 있는 미숙아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미숙아에게 호흡계.심혈관계 질환과 뇌출혈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 철저한 외부와의 차단으로 각종 감염에서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 극소 미숙아들은 자라면서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극소 미숙아들이 발달 지체.주의력 결핍.틱장애.과잉행동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보고가 있으나 관련이 없다는 연구도 많다. 아직 논란이 진행 중이다."

◇ 한국에선 30~40%나 되는 높은 제왕절개 수술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병원엔 상태가 나쁜 산모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제왕절개율을 크게 낮추기 힘들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자연분만을 유도하도록 요구하고, 산모들을 적극 설득해 현재 제왕절개율은 19%를 기록한다. 독일 평균 23%보다 낮다."

◇ 훔볼트 의대는 어떤 대학인가?
"이 병원 출신으로 노벨상 수상자만 40여명이다. X선을 개발한 뢴트겐도 이 대학 출신이다. 이곳은 유럽 대학병원으로 연간 10만명의 입원환자와 25만명의 외래환자를 치료한다. 현재 한독 의대생 교환 프로그램에 따라 우리 학생 20여명이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1~4개월간 트레이닝을 받는다. 반대로 가천의대 학생 8명이 우리 대학에서 훈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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