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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중독자 불임시술 찬반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마약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에게 불임수술을 시행하는 단체인 프로젝트 프리벤션(Project Prevention, 아기출산 방지계획)이 활동망을 넓혀감에 따라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인터넷판에서 2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1930년대 열등한 사람에 대해 불임 수술을 강요토록 한 입법조치나 나치 독일의 우생학 정책과 유사한 발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5년 전 캘리포니아주에서 출범한 이 단체는 그동안 대부분 여성인 마약 중독자 1천50명에게 불임수술을 시술했으며, 불임 시술 요청자가 지난 1년 동안 2배로 늘어났다.

이제는 활동 영역이 전국으로 확대돼 주요 도시에는 대부분 지부가 설치됐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바버라 해리스는 "초기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훌륭한 구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면서 "약물 및 알코올 중독자 교화기관 관계자들이나 사회운동가들이 중독자들을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초기 인터뷰에서 "우리는 개가 불필요한 강아지를 낳지 않도록 불임 시술을 한다. 그런데도 여자들이 너저분하게 많은 아이들을 가지고 있다"고 강경발언을 했으나 이제는 부드러운 어조로 바꾸었다.

단체 명칭도 당초 CRACK(Chidren Requiring A Caring Community; 사회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에서 아기출산 방지계획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불임수술이나 피임장치 삽입 등 장기적인 피임 계획에 응하는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중독자들에 대해 200달러를 지불하는 기본 원칙은 그대로이다.

해리스는 "우리의 원칙과 목표는 어린이들이 입양아가 되거나 건강상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 납세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녀는 "그들이 그 돈을 받아 마약을 구입하는데 쓰든지 말든지 상관할 바 아니다"고 말했다.

인권주의자들은 이 운동이 1930년대 과거 우생학 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임신여성옹호자들' 같은 단체들은 중독자들에게서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마약 중독자가 어머니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거나 그 아이들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이 돈이 궁하고 가난한 여성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독자들을 돕기 위한 운동에서 관심을 돌리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해리스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무도 누구를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결정에 의한 것이다. 마약 중독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고 반문했다.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단체들이나 개인들도 많지만 아직은 언론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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