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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소장이 전하는 추석음식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추석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에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올 추석이 좀 부담스러울 듯 싶다. 유난히 잦았던 비 때문에 추석 물값이 어느 때보다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족하고 모자란 가운데서도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가위를 맞았던 조상들의 전통을 살려 정성과 지혜가 담긴 추석상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추석의 음식들과 올바른 상차림법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으로부터 들어본다.

◇ 조상의 지혜가 스민 추석음식들

추석에는 새로 추수한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빚는가 하면, 햇나물을 무치고 토란국을 끓이며 첫물의 과실을 따서 조상께 감사의 제를 올린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토란탕, 오려송편, 밤단자, 대추단자, 은행단자 등과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무, 숙주 등을 이용한 갖은 나물, 어산적, 고기산적 등의 적(炙), 생선과 버섯, 채소, 고기로 만드는 전(煎), 약포, 어포 등 포(脯), 햇김치와 물김치, 식혜, 수정과, 화채, 유과, 생밤, 대추, 사과, 연시 등 다양하다.

특히 송편은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떡으로, 빚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모양이 여러가지다. 예부터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이 있어 예쁜 송편을 빚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또 송편의 모양은 지방에 따라서도 다른데 북쪽은 대체로 크게, 서울은 작게, 강원도에서는 손가락 모양을 내어 빚고 함경도 원산 지방은 조개 모양으로, 제주도에서는 우주선 모양으로 빚는다. 송편 속에는 팥고물, 청태콩, 햇녹두, 볶은 깨, 햇밤, 대추, 고구마 등을 넣어 맛의 변화를 준다.

송편의 색깔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쑥이나 모시잎 외에 소나무 속껍질인 송기를 넣어 붉은 색의 송편을 만들기도 한다.

토란탕에 들어가는 토란은 가을에 영양이 많이 저장되므로 맛이 좋고 소화촉진이나 변비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 과식하기 쉬운 추석에 안성맞춤.

토란은 껍질을 벗기고 씻어 삶은 다음 물에 헹궈 초를 한방울 떨어뜨리면 미끌거리지도 않고 떫은 맛도 없어진다.

반상을 차릴때는 풋콩반밥, 토란탕, 배추김치와 삼색나물, 산적, 생채, 구이, 젓갈 등을 정갈하게 담아내고 손님을 접대할 때 주안상으로는 전유어, 잡채, 찜, 적등과 얼큰한 술국을 함께 올리면 좋다.

◇ 올바른 차례상 차림법

차례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와 달리 명절에 지내는 제례이기 때문에 차려놓는 음식도 다르다.

차례에는 제사 때처럼 '메'(제사밥)와 '갱'(국)을 쓰지 않고 추석에는 송편과 햇과일, 설에는 떡국으로 상을 마련한다. 절차도 일반 제례보다 간소하다.

일반적으로 추석 차례상 차림은 지방과 가문에 따라 다른데 신위를 모신 위치를 북쪽으로 해서 남자 자손들이 동쪽, 여자 자손들이 서쪽, 가운데는 동쪽에 주인, 서쪽에 주부가 선 다음 상차림을 시작한다.

상을 차리는 쪽에서 봤을 때 첫줄에는 과실과 조과(造菓)가 오르게 된다. '조율이시'(棗栗梨枾) 순으로 하거나 '홍동백서'(紅東白西)라 해서 오른쪽에 대추, 사과 등 붉은 과일을, 왼쪽에 밤, 배 같은 흰색 과일을 놓는 순을 따르면 된다. 과실과 조과의 그릇 수는 음양의 풍속에 따라 홀수로 놓는다.

둘째줄은 '좌포우혜'(左脯右醯)로 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를 담아 올리고 나물류는 포와 식혜 사이에 놓는다. 보통 짝수인 여섯 그릇을 놓는다.

셋째줄에는 육탕, 소탕, 어탕을, 넷째줄에는 전과 적을 놓는데 적은 고기와 생선을 한 접시에 담는다.

다섯째줄인 신위 바로 밑에는 시접(수저를 담아놓는 대접)과 잔반(잔과 받침대)을 놓게 되며 잔반 양편으로 송편을 소담스럽게 담아 올린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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