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중대법…대법은 산업안전법 형량 10년6월로 늘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12 18:04

업데이트 2021.01.12 18:51

지난해 9월 김영란 양형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 104차 양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기자협회

지난해 9월 김영란 양형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 104차 양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기자협회

국회가 지난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제정한 데 이어 대법원이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최대 10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안을 마련했다. 국회와 사법부가 연달아 산업재해 발생시 경영주 등의 처벌을 강화함에 따라 기업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대법원의 새 산안법 양형기준은 3월 말 최종 의결을 걸쳐 이르면 4월부터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은 내년에 시행된다.

1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지난 11일 제107차 전체회의를 열고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6일 시행된 이른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에 따른 양형위의 후속 조치다.

산안법 양형기준 대폭 강화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양형위는 수정안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치사 범죄의 권고 형량 범위를 대폭 늘렸다. 산안법상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의 기본 형량 권고 범위를 ‘징역 6월~1년 6월’에서 ‘징역 1년~2년 6월’로 거의 두배로 늘렸다. 특히 죄질이 좋지 않은 ‘특별가중영역’에 속하면 법정최고형인 징역 7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다수범이거나 5년 이내 재범을 한 경우엔 권고 형량을 최대 징역 10년 6월까지 가중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기준 강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기준 강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양형 고려 요소(양형 인자)도 가다듬었다. ‘봐주기 논란’을 부른 ‘상당 금액 공탁’을 감형 인자에서 삭제했다. 양형위는 이를 “사후수습보다는 산업재해 예방에 중점을 둔 조치”라고 설명했다. 산업 재해가 발생한 후에야 거액의 돈을 법원에 공탁해 처벌을 줄이려는 관행을 막겠다는 의미다. 주요 양형 사유에 사고의 반복성과 규모를 반영해 ‘유사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와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뒀다.

양형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늘렸다. 이제껏 양형기준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사망(치사)’할 때만 적용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양형안을 계기로 ▶도급인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사망자가 현장실습생인 경우 ▶5년 이내 치사 범죄가 재발한 경우 등에도 양형기준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치사 범죄가 아닌 산안법 위반 범죄는 그중 일부에만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이 같은 양형기준안은 청문회를 거쳐 오는 3월 29일 열리는 양형위 전체 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산안법 양형기준 먼저”

대법원 관계자는 새 양형기준안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에게 요청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여름부터 논의해 왔던 사안”이라며 “새 산안법에서 최고 형량을 늘렸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사회적 요구 등을 반영해 이번에 의결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회의에선 중대재해법 관련 논의도 이뤄졌지만 1년 뒤 시행이기 때문에 당장 관련 양형기준을 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은 사업자 규모에 따라 시행시기가 다르고 제정법률인 만큼 법원의 해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이미 시행된 산안법 형량 기준부터 제시했다고 한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지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법조계에선 중대재해법 제정에 이어 기존 산안법 양형 기준까지 강화돼 기업 측 부담은 매우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산안법 구조가 형법처럼 명확하지 않고 의무 위반 범위가 모호한데 새로운 중대재해법 제정까지 이어져 기업 입장에선 ‘처벌 만능주의’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려면 양형 형량만 늘릴 게 아니라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유) 강남 소속 허윤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제정과 산안법 양형기준 강화가 연달아 발표됐기 때문에 기업측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얘기”라면서도 “다만 양형위에선 ‘반복적 사고’에 중점을 두고 처벌 기준을 마련했기 때문에 기업을 옥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법률 일부 중복돼 혼란…"헌법상 형량 높은 중대재해법 적용"

업계에선 산업안전법과 중대재해법의 내용이 중복돼 이중 처벌받는 게 아니냐는 혼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안법은 현장 책임자를, 중대재해법은 기업과 경영자 책임을 주로 묻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산안법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대표이사(CEO)는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이 중복된 부분은 헌법상 하나의 죄에 복수의 처벌 조항(상상적 경합)이 있을 경우 형량이 높은 쪽을 적용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형량이 높은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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