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입막힌 트럼프, 돈줄도 끊기나...美재계도 손절하기 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재계마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난입 사태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태가 일어나자 일부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청산에 들어갔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을 계기로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그룹과의 거래를 끊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을 계기로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그룹과의 거래를 끊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작은 트위터였다. 트위터는 6일 즉각 트럼프 대통령 계정 사용을 일시 정지시키더니 8일 그를 영구 퇴출했다. 트위터로 전 세계와 소통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하루아침에 막아버렸다.

이후 산업계에서 거리 두기 조짐이 엿보였다. 미 온라인 쇼핑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Shopify)와 온라인 결제 기업인 스트라이프(Strip)는 트럼프 대선 캠프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2 PGA 챔피언십 개최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PGA 측은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에서 대회를 여는 것은 PGA 브랜드에 해악이 되고, 조직 기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의회 난입 사태가 계기가 됐음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AP=뉴시스]

은행권에서는 트럼프 그룹과의 거래를 정리할 방도를 찾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트럼프 그룹에 3억 달러(약 3330억원) 이상을 대출해 준 도이체방크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산관리인 두 명이 사임하는 등 흔적 지우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를 쓴 마이클 디안토니오는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시장에 ‘대선 부정’과 ‘폭력 선동’이라는 독을 퍼트렸다”면서 “의사당 난입 사태가 기업의 판단에 결정타가 됐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에 재산 가치도 하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의 손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재산 가치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열기도 했던 워싱턴의 트럼프 호텔.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열기도 했던 워싱턴의 트럼프 호텔. [AP=연합뉴스]

디안토니오는 “많은 기업이 그와 관련된 사업체와 거래를 갑자기 끊으면서 퇴임 후 ‘사업가 트럼프’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그룹의 사업 대부분이 개인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운영해왔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대통령 임기 중에는 셀럽 후광 효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지만, 퇴임 후 그 명예가 악재로 작용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도 워싱턴 시내에 위치한 '트럼프 호텔'은 지난 4년 동안 정·재계 인물들이 자주 찾으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의회 난입 사주 논란 등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공직자 신분으로 개인 사업체를 운영해 수익을 냈다는 점도 앞으로 논란의 중심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워싱턴의 비정부기구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단체(CREW)' 전무이사인 노아 북바인더는 “시장에서 불법적이고 비윤리적 논란은 계약 파기의 중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층 겨냥해 더 큰 돈 벌 수도 

지난 1월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유세장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월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유세장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과 부동산 등 기존 사업에서 미디어 사업으로 갈아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중에서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케이블 채널보다 극우파 등 특정 시청자층에 주력할 수 있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최소 700만 명(2020년 미 대선 득표율의 10%)이 채널을 구독한다고 가정할 때 1인 구독료 5.99달러(6500원)씩 계산하면 연간 5억 달러(5500억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디안토니오는 설명했다.

그는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기존 사업과 다르게 미디어 시장은 대중의 인기로 성장하는 곳”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전략으로 5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