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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신고 땐 즉시 수사 ‘정인이법’ 국회 문턱 넘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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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01면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정인이 방지법’이 8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조사 착수 의무 조항 신설 #학대자 형량 강화는 빠져 #중대재해법도 본회의 통과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경찰관 등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이 신고 의무자(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료인 등)의 아동 학대 신고를 받으면 즉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한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경찰이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내사 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한 보완 조치다. 다만 이 조항은 법 시행에 따른 준비를 위해 공포 1년 뒤부터 적용된다.

개정안엔 경찰과 전담 공무원은 피해 아동이나 신고자·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아동 학대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또 경찰과 전담 공무원이 학대 의심 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하거나 부모와 격리할 수 있는 응급조치 시간을 기존 3일에서 최대 5일로 늘리고 아동 학대 관련 업무 수행을 방해할 경우 벌금 상한도 기존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였다.

대신 당초 개정안에 포함돼 있던 아동 학대자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조항은 최종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백혜련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 위원장은 “형량을 5년에서 10년 이상 징역으로 늘리는 데 대해서는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형량을 강화시키면 그만큼 재판에서의 입증 책임도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아동 학대자들이 오히려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본회의에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도 통과됐다. 사업장 재해로 근로자나 사업장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기업 최고경영자 등 사업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초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민법 개정안 통과로 1958년 후 63년간 존속됐던 ‘자녀 징계권’도 사라지게 됐다.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자녀에게 매질을 하는 행위가 이젠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게 됐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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