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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10시간 갇혀, 폭설 예보 있었는데 이게 뭐냐”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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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6일 퇴근 시간 내린 눈으로 도로가 마비되면서 수도권에서도 ‘도심 고립’ 사태가 7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아직도 집에 못 갔다”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출근 시간에야 집에 왔다는 성토도 나왔다.

오전 8시인데 “남편 아직 퇴근 중” #시민들 “수많은 정체 구간에서 #경찰·공무원 한 번도 못봤다” #출근길 지하철 1·4호선 고장도

6일 오후 11시30분 9401번 버스 운행 상황. [사진 카카오버스 앱]

6일 오후 11시30분 9401번 버스 운행 상황. [사진 카카오버스 앱]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지혜(32)씨는 6일 오후 9시쯤 성남 이매동에 있는 회사에서 퇴근했다. 이씨가 집에 도착한 건 7일 오전 7시가 넘어서였다. 눈이 내려 길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에 차를 회사에 놓고 버스를 탄 그는 10시간을 꼼짝 않고 갇혀 있어야 했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에야 귀가한 이씨는 이날 회사를 나가지 못했다. 이씨는 “버스에 15명 정도가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며 “버스가 도로에 계속 멈춰 있으면서 남성분들은 중간중간 내려서 볼일을 보고 왔지만 여성들은 계속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역에서 전날 오후 7시에 출발해 경기도 광주 태전동에 이날 오전 5시에 도착했다는 최모씨도 “며칠 전부터 분명히 폭설 예고가 있었는데 기본적인 대비조차 안 돼 있었다”며 “무수히 많은 정체 구간을 지나왔지만 경찰이나 공무원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7일 맘카페 글. [사진 맘카페 캡처]

7일 맘카페 글. [사진 맘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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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에는 이날 아침까지도 집에 도착하지 못하는 남편을 걱정하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오전 8시쯤 경기도 광주 지역 맘카페에는 ‘아직도 집에 못 온 남편(13시간 경과)’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강남에서 어제 저녁 7시에 출발한 남편이 오전 10시 넘어 도착할 거 같다고 전화했다”며 “안쓰러운 걸 넘어서 재난”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저희 신랑도 아직 못 왔다” “저희 남편도 서초에서 어제 7시에 퇴근해 여태 퇴근 중”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분당·판교 지역 맘카페에도 이날 자정이 넘어 “신랑이 안양판교로 도로 위에 4시간 넘게 갇혀 있다”며 “역주행하는 차도 있고 난리인데 어떻게 하냐”는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안양에서 판교로 이어지는 안양판교로와 경기도 성남과 광주를 잇는 갈마터널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제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성남 판교동에 사는 임모(30)씨는 “전날 오후 7시30분쯤 퇴근했는데 자정이 넘어 겨우 집에 들어왔다”며 “회사가 있는 강남에서 테헤란로를 벗어나는 것부터 지옥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설이 안 돼 차선도 안 보이고 길까지 얼어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싶은 순간도 여러 번”이라고 덧붙였다.

출근 시간까지 퇴근길이 이어지면서 이를 걱정하는 사연도 잇따랐다. 경기도 광주 지역 커뮤니티에는 오전 4시19분쯤 “도로가 주차장”이라며 “이제 곧 출근 차까지 나올 텐데 언제 집에 가느냐”는 토로가 올라왔다. “저도 아직 집에 못 들어갔다. 우리 힘내자”는 댓글이 바로 달렸다.

출근길 역시 평탄치 않았다. 한파에 수도권 곳곳에서 지하철이 멈춰 서면서 출근길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7시25분쯤 소요산행 코레일 전철 1호선이 외대앞 역에서 고장으로 멈춰 서 1호선 운행이 50분간 지연됐다. 4호선에서도 오전 7시50분쯤 길음역에서 당고개행 열차 고장이 발생해 1시간 정도 열차가 지연 운행됐다.

정진호·함민정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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