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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성 난청´ 시끄러우면 아예 귀를 막아라

중앙일보

입력

자동차 경적.폭죽.시끄러운 록 음악.기계 돌아가는 소리…

우리 주변에서 귀의 건강을 위협하는 소음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소음은 늘어나게 마련. 서울 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종우 교수는 "현대인은 작업장.길거리.유흥업소에서 자신도 모르게 청력을 잃어간다"며 "난청으로 외래를 찾는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시끄러운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신나게 춤을 춘 다음날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는 김모(20)양. 사흘 후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스피커 옆에서 장시간 있다 보니 청력을 담당하는 감각신경이 손상돼 청력이 떨어진 것.

정교수는 "소음으로 인한 청(聽)신경 손상은 개인차가 크다"며 "K양처럼 한번 이상이 생긴 사람은 앞으로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다행히 초기에 약물치료를 받으며 조용한 방에서 휴식을 취한 덕분에 청력이 상당 부분 회복됐다. 그러나 고음은 이전처럼 들을 수 없다.

체질적으로 청신경이 약하지 않더라도 직업적인 이유로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면 누구나 난청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길거리 상인, 대형 트럭 운전사, 공사장에서 드릴 뚫는 사람, 징을 계속 쳐대는 사물놀이패 종사자들 중엔 소음성 난청 환자가 유독 많다.

정교수는 "특히 고음 손상이 심하다"며 "직업 운전사의 경우 대개 창문을 열고 다니므로 소음을 직접 듣는 왼쪽 귀에 난청이 많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90dB(데시벨)에서 8시간, 95dB은 4시간, 1백dB일 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난청 위험이 있다. dB은 소리의 강도를 표시하는 단위. 보통 대화하는 목소리가 60dB, 트럭이 지나가는 시끄러운 소리는 85~90dB, 길에서 워크맨을 들을 땐 85dB 정도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

젊은층의 소음성 난청도 문제다. 주로 길거리.전철 안 등 시끄러운 환경에서 댄스 뮤직의 볼륨을 높여 듣다가 발병한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장선오 교수는 "주변 환경에 의한 소음에다 다른 소리를 추가로 듣게 되면 청각신경이 피로해지기 때문"이라며 "주변 소음이 들리는 귀걸이형 이어폰보다 차단 효과가 있는 헤드폰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그러면 소음성 난청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물론 소음에 노출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따라서 의식적으로 소리를 차단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지하철 역사에서 차가 진입할 땐 귀를 막아 소음을 줄인다. 요란한 음악을 좋아한다면 1시간에 적어도 5~10분 이상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만일 직업적으로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땐 귀마개를 착용하는 게 안전하다.

일단 청력이 떨어진 듯 보일 땐 서둘러 이비인후과에서 난청 정도.청각피로도 등 정밀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급성 청신경 손상은 휴식과 초기에 스테로이드.혈관확장제가 도움이 되나 방치한 채 3주가 지나면 손상된 신경세포를 회복시킬 방법이 없다.일단 장기간에 걸친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으면 보청기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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