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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망없는 환자는 병원 보내지 말라" 美·英 병상부족 현실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앞.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환자들이 밖에서 대기 중이다. [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앞.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환자들이 밖에서 대기 중이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악화하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의료자원을 아낀다며 환자를 선별해 받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LA 지역 응급의료서비스(EMS)는 지난주 구급대원들에게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고 산소도 아껴 쓰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지침은 심정지 된 18세 이상의 성인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시도해도 반응이 없는 경우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 것,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진 환자에게만 산소호흡기를 제공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지침을 두고 논란이 일자 EMS 책임자인 마크 에크스틴 박사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는 경우는 교통사고나 지병 등으로 현장에서 심정지가 온 드문 경우"라며 "응급처치를 해도 반응이 없는 경우 실제 생존 확률은 극히 낮다"고 해명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LA 지역을 위한 '산소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밝혔다. TF는 지역 및 주 파트너와 협력해 산소 탱크를 보충하고 산소가 가장 필요한 병원과 시설에 공급하는 임무를 맡는다.

"당분간 환자 늘 것, 1월 중 최악 경험할 듯"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앞. 환자가 밖에서 대기하다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앞. 환자가 밖에서 대기하다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재 LA에서는 코로나19 환자만 7900명이 입원해 있다. 이들 중 21%는 중환자실에 있다.

병상이 포화 상태가 되자 환자들이 구급차에서 수 시간 동안 대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현지 의료인들은 전한다. LA 소방서 EMS 국장인 마크 에크슈타인 박사는 KABC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911에 전화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LA 지역에서 5일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는 224명으로 누적 사망자 수는 1만1000명 이상이 됐다. LA 공중 보건 책임자 바바라 페러는 "휴일과 새해 전야 파티, 귀국한 사람들로 인해 확산세가 몇 주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4일 기준 미국의 전체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2만 8210명이다. 한 달 넘게 입원 환자도 10만명을 넘겼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5일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2097만 7000여명, 누적 사망자 수를 35만 6000여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英서도 "구급차 기다리다 사망"

5일(현지시간) 영국 왕립 런던 병원 앞. 구급차가 대기하는 가운데 환자가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영국 왕립 런던 병원 앞. 구급차가 대기하는 가운데 환자가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연일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영국 런던에서도 병상 부족 사태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5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런던 전역에서 하루 수백명의 환자가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고, 이송 지연으로 사망하는 환자도 나오고 있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 등 중증 환자들은 평균 18분 이내에 구급 요원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최대 10시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4일 밤 구급차를 부른 런던 시민 700명 중 절반 이상이 중증 환자로 분류됐는데, 이들 중 140명은 제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아 최대 7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한 구급 요원은 "구급차가 절실한 환자들이 기다리다 죽어가고 있다"며 "전화를 받는 요원들도 대기 화면을 쳐다보며 누가 더 급한지 가려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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