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성해야 사면"…이재오 "전직 대통령이 시중 잡범이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스1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스1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4일 더불어민주당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당사자의 반성’을 조건으로 달자 “시중의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수감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인·강도나 잡범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권을 담당했던 전직 대통령들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사자들 입장에선 2년, 3년 감옥에서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내보내 주려면 곱게 내보내 주는 거지 무슨 소리냐”며 “대법원 판결은 판결이고, 정치적 보복에 대한 억울함은 (별개)”라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 간 사전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상임고문은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여당의 주장에 관해서는 ‘사면권자의 판단 문제’라고 했다.

이 상임고문은 “여당 대표가 그 정도 이야기를 할 때는 청와대에 이야기하는 게 수순”이라며 “국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는 대표가 개인적으로 (말을) 할 수 있지만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귀띔이라도 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건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와 국회의원을 같이 했지만 그분이 무모하게 내지르고 하실 분은 아니다”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 동의라는 것은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민 동의라는 것이 국민 전원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그렇다면 이것은 판단의 문제”라고 했다.

이 상임 고문은 “(여당에서는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전직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성하려면 (자신들을) 잡아간 사람이 해야지, 잡혀 간 사람이 무슨 반성을 하냐. 말이 되는 소리냐”고 했다.

‘당사자가 반성해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그는 “그건 잡범들에게나 하는 이야기다. 찬성을 택하느냐, 반대를 택하느냐는 사면권자의 정치적인 결단”이라고 했다.

이 상임 고문은 “(사면) 당사자들은 그동안 감옥에서 산 것도 억울할 것”이라며 “사면을 하는 사람이 내가 칼자루를 잡았다고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할 때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