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측정기에 장갑 구겨넣고 쟀다…민간검사소의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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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검사를 하면서 배기구에 면장갑을 끼워 틀어막은 채 배출량 검사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민간검사소가 적발됐다. 자료 국토부

매연 검사를 하면서 배기구에 면장갑을 끼워 틀어막은 채 배출량 검사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민간검사소가 적발됐다. 자료 국토부

6개월~2년마다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자동차 검사에서 ‘꼼수’를 쓴 불법 민간검사소 35곳이 적발됐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3일 지난해 11월 23일부터 4주간 부실‧부정 검사가 의심되는 민간 검사소 184곳을 특별점검한 결과, 35곳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들 민간 검사소에 대해 사안에 따라 업무정지 최대 60일, 최소 10일 등 처분을 내렸고 부실‧부정검사를 한 기술인력 31명에 대해 같은 기간 동안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동차검사는 차종에 따라 6개월~2년마다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다. 차량 주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설비와 기능뿐만 아니라,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양과 질도 검사를 받는다.

이번에 적발된 35곳 중 배출가스 검사를 생략하거나, 검사 기기가 불량하거나 설정이 맞지 않는 경우 등이 많았다. 한 검사소는 배출가스양을 측정하는 매연측정기에 면장갑을 구겨넣은 뒤 막힌 배출구에서 새어나오는 매연을 측정하는 꼼수를 쓰다 적발됐다.

한 검사소에서는 깨진 방향지시등을 노란색 테이프로 붙혀둔 차량에 '적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자료 국토부

한 검사소에서는 깨진 방향지시등을 노란색 테이프로 붙혀둔 차량에 '적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자료 국토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공공검사소 94곳 외에는 자동차관리법상 지정된 민간기관에서 자동차검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그간 "민간검사소의 검사가 허술해 합격률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2020년 11월까지 공공검사소의 검사 합격률은 75.7%인데 반해 민간검사소의 검사 합격률은 81.6%로 차이가 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검사로 지정취소된 민간 정비 사업자의 재지정 제한 기간을 늘리는 등 부실검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차량 배출가스는 우리나라 전체 미세먼지 기여도가 13.8%, 수도권에서는 28.8%로 1순위 배출원”이라며 “자동차 검사는 차량안전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소음 등 국민의 환경권과도 직결되는 만큼 부실검사를 근절할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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