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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수출 역대 최고…반도체 날개 달고 반등 시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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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반도체가 날자 수출도 뛰었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수출액도 12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경제 가속화로 정보기술(IT) 업종 관련 품목들도 높은 실적을 냈다. 2년 연속 부진했던 수출이 올해에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2개월 연속 증가한 수출…12월 기준 최대실적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0년 12월 수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총수출액은 514억1000만 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12.6% 상승했다. 12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출액이다. 월별로 보면 역대 6번째 기록으로 반도체 호황이 있었던 지난 2018년 11월 이후 최대 실적이다.

수출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출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출 흐름도 좋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11월(4.1%)이어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증가 폭(4.1%→12.6%)은 더 키웠다. 총수출이 2개월 연속 늘어난 것은 25개월 만이고, 두 자리 수 증가는 26개월 만이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한 수출액(21억4000만 달러)도 7.9% 증가하며 올해 최고치를 넘어섰다. 수입액은 444억6000만 달러(1.8% 증가)로 소폭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69억4000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오나…수출 30.0%↑

수출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경제 확산에 있다. 특히 이와 연관한 IT 업종 호황이 수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실제 15대 수출 품목 중 지난해 12월 11개 품목에서 수출 증가가 있었다. 이 중 IT 품목이 6개(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가전·컴퓨터·2차전지)로 가장 많았다.

3년 만에 ‘슈퍼사이클(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을 기대하는 반도체는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12월에만 수출액이 30.0%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월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늘었는데, 이 중 최근 4개월 연속 두 자리수 증가했다. 25개월 만에 최장기간 상승이다.

반도체 연간 수출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도체 연간 수출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원래 지난해 4분기에는 반도체 업황이 다소 주춤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미국 정부 제재를 앞둔 중국 화훼이가 3분기에 반도체를 미리 당겨 주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D램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이 부족할 거란 전망에다, 4차 산업혁명 확산으로 수요도 계속 늘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출 선전이 이어졌다.

비대면 경제 확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디스플레이도 월별 기준으로 지난해 최고 수출액(21억1000만 달러)을 달성했다. 무선통신기기는 5년 2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39.8%)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진단키트 수출실적 늘면서 바이오헬스도 역대 수출액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18억3000만 달러)했다. 또 그동안 부진했던 일반기계도 2019년 이후 최대 실적(47억5000만 달러)을 내면서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7개 지역에서 수출액이 늘었다. 특히 4대 시장인 중국(3.3%)·미국(11.6%)·EU(26.4%)·아세아(19.6%)에서 2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 이어갔다.

지난해 총수출은 2년 연속↓

수출이 최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한 해 전체를 놓고 보면 부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경기가 동반 부진한 여파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5128억5000만 달러(-5.4%)로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수입도 4672억3000만 달러로 2019년과 비교해 7.2% 줄었다. 다만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많이 줄어 무역수지는 456억2000만 달러로 1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전체 수출은 부진했지만 내용 면에서 보면 반등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반도체·컴퓨터 같은 주력 품목은 물론 바이오헬스·2차전지 등 신산업도 성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수출액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출액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도체는 991억8000만 달러(5.6%)로 2018년(1267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실적을 냈다. 바이오헬스는 사상 첫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차전지도 5년 연속 연간 최고액(75억1000만 달러) 경신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진단키트·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품목 선전이 눈에 띈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33.6%) 불구하고 수출 품목 고도화로 수출단가는 2년 만에 오히려 증가(0.6%)했다.

변화하는 통상환경·환율리스크가 변수 

수출 회복세는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파고들이 많다. 오는 20일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환경 변화가 주목된다. 중국과 직접 부딪혔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새 행정부는 중국 제재에 동맹국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우리 수출 최대 시장인 중국과 마찰을 겪을 수 있다.

환율리스크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해 3월 1200원 선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00원 선 밑으로 내려왔다. 미국이 경기 부양책을 계속하면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원화가치가 10% 오르면 총수출은 3.4% 감소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수출은 지난해 기저효과 등과 주요국의 경기회복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남아있고, 미국 새 행정부와 중국과의 무역마찰, 원화 강세 및 달러 약세 추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것이 변수”라고 짚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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