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2명 확진 뒤에야, 담당장관 추미애 동부구치소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30 00:02

업데이트 2020.12.3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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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9일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 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까지 동부구치소 확진자는 762명으로 늘었다. [뉴시스]

29일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 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까지 동부구치소 확진자는 762명으로 늘었다. [뉴시스]

서울동부구치소(이하 동부구치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전수조사 미시행 등 초동대처 미흡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당국 간 책임전가 공방까지 벌어졌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다 한 달 가까이 지난 29일에야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실태파악에 나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늑장대응이 부른 초대형 집단감염
예산 이유 KF마스크 뒤늦게 지급
수용자 3명 중 1명꼴로 양성 판정
첫 확진 후 3주 지나서 전수검사
추, 오전까지도 침묵…책임론 제기

이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서는 전날 23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관련 확진자가 762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3월 대구시 신천지 사태와 8월 서울 사랑제일교회 사태에 이어 단일 집단발생 규모로는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 중 수용자는 720명이고, 직원과 가족 등 관련자들이 21명씩이다. 수용자만 놓고 보면 확진자 비율이 전체(18일 기준 2419명)의 3분의 1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 당국의 초동 대응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전수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등 늑장 대응해 초대형 집단감염의 화(禍)를 불렀다는 것이다. 첫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달 27일(직원)이었지만 수용자 전수검사가 시작된 건 3주 뒤인 지난 18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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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 형태의 집단생활과 불량한 환기 구조도 급속한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고층빌딩 형태의 전형적인 3밀 형태이고, 불량한 환기 구조를 갖고 있다”며 “과밀한 수용에 따라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분리수용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부구치소는 수용 정원이 2070명이지만 현 수용인원은 이보다 300명 이상 많다. 또 각 동과 모든 층이 연결돼 사실상 한 건물이나 마찬가지인 구조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격리 중이던 일부 재소자가 일반 재소자들과 한 방을 쓰기도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예산 문제 때문에 최근까지 KF 인증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수용자가 헐렁한 덴털(수술용) 마스크를 써서 코와 입 양쪽으로 숨이 나오는 걸 봤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 전까지 덴털 마스크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확진자 발생 이후에는 KF 인증 마스크를 전 수용자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군대와 수용시설은 해외에서도 집단감염 사례로 보고가 잦은 곳인데, 군대는 전수조사를 한 반면 구치소는 하지 않았다. (법무부 등 관련 당국이)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KF마스크 미지급과 관련해) 수용자가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을 다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동부구치소가 3밀 구조인 데다 수용자들의 마스크 착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즉각 전수조사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서울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았다. 법무부 측은 “역학조사 시 수용자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며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추진하기는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회의의 주요 이슈는 확진자들에 대한 신속한 기초 역학조사 수행과 병상 배정 신청이었다”며 “법무부가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한 사실 자체가 없고, 요청했더라도 반대할 사항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추 장관은 전날까지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 사과는커녕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개인 유튜브 계정에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며 여권 일각의 검찰총장 탄핵론에 가세하기도 했다. 29일 오전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도 기자단의 동부구치소 관련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대구시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을 때 “강제 수사가 즉각 필요하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한 것과도 대비되는 행보다.

추 장관은 29일 오후 2시부터 약 30분가량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집단 발생 관련 대응 실태를 점검했다. 비상근무 중인 직원들도 격려했다. 다만 방역 상황 등의 사유로 소내 확진자가 치료받는 내부 병동 등을 직접 돌아보지는 않았다.

시민단체 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추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수용자 수백 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무총리까지 사과하는 상황이 왔는데도 최고 책임자인 추미애 장관은 현재까지 사과는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혜선·강광우·정유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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