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람선처럼 갇혀서 환자들 죽어간다" 요양병원 의료진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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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9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9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들의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해제하고 환자들을 신속히 전담 병상으로 이송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9일 코호트 격리 중인 경기도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호트 조치로 (확진자가 나온) 요양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하거나 사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아직 확진되지 않은 (요양병원) 직원이나 환자가 코호트 격리 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문제”라며 “코호트 격리는 결국 병상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정부는 환자들을 신속히 이송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전용 병원과 병상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행 수도권에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3단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신규 확진자가 감소해야 사용 중인 전담 병상에 빈자리가 생겨 요양병원 확진자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숨졌거나 사후 확진된 사망자는 지난 28일 현재 모두 57명이다.

특히 16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의 상황은 심각하다. 이달 13일 이 요양병원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보름 만에 누적 사망자가 38명까지 늘었다.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 청원 올라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는 글리 올라왔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는 글리 올라왔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는 글이 올라와 29일 현재 1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코로나로 코호트 격리 중인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일본 유람선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나 일본 정부의 오판으로 코호트 격리되어 712명이 확진되고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세계에서 이를 비난하였는데 이보다 더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요양병원 간병사들 모두가 나가고 일부 간호사가 나간 상태에서도 환자 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하던 간호사들도 7명이 확진됐다”면서 “간병, 간호인력이 절대적으로 없어 병동당 1~3명의 인원이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식사 및 기저귀 갈기, 체위변환, 가래흡인 등에 문제가 생기고 엑스레이 장비도 이동이 제한되어서 환자 상태 평가가 어렵다”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청원인은 또 “격리된 병동에서 수십명의 환자들을 레벨 D 방호복을 비롯한 4종방호구를 착용하고 기저귀갈기 등 환자들 케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도 힘든 상태”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1명의 수간호사가 또 쓰러졌다고 방금 연락이 왔다”고 우려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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