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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실제 성격은 수줍고 우유부단....내 영화에도 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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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실린 지난 27일자 스페인 일간 엘문도 온라인 기사 화면.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다″라는 봉 감독의 말을 제목으로 삼았다. [사진 엘문도]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실린 지난 27일자 스페인 일간 엘문도 온라인 기사 화면.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다″라는 봉 감독의 말을 제목으로 삼았다. [사진 엘문도]

“코로나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온다.”
봉준호(51) 감독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곧 한발 물러설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다.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라고”라고 말했다. “때때로 내가 얼마나 낙관적일 수 있는지 놀랄 때가 있다”면서다.

스페인 언론 엘문도와 화상 인터뷰 #"코로나 물러나고 영화 돌아올 것"낙관 #'살인의 추억' 진짜 범인 밝혀졌을 때는 #"신문서 얼굴 접해..너무나도 이상했다"

올 2월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 영화 최초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할리우드 역사를 뒤집은 그다. 그달 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는 국민분들께 박수쳐주고 싶은 마음이다. 손을 열심히 씻으면서 극복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응원과 다짐의 말부터 건넸다.

27일 인터뷰에서 그는 올 한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꼽았다. ‘자연이 인류에게 복수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꽃이 모든 것을 삼키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에 빠진다”고 했다.

그는 ‘기생충’을 계기로 “봉준호가 하나의 장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엘문도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희비극이 공존하고 농담과 모욕의 경계를 걸으며 모든 것이 모호하다고 분석하면서 그의 실제 성격을 묻자 봉 감독은 “수줍음이 많고 우유부단하다”고 답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가 가진 이런 영구적인 난제가 내 영화 속에도 투영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설명했다.

그런 모호함이 가장 도드라진 작품이 출세작 ‘살인의 추억’(2003)이다. 1986~1991년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영화론 드물게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결말을 맺었다. 당시 미해결이던 사건은 올해 진범 이춘재가 밝혀지며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라 명명됐다. 봉 감독은 이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신문에서 그의 얼굴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이상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이 사건 담당 형사, 기자, 피해자 유족 등을 만났지만 정작 가장 궁금했던 범인은 유일하게 인터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마다 각본을 겸해온 그는 창작의 고통도 밝혔다. 밤늦은 시간까지 글을 쓰다 보면 등이 아파지는데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며 이를 잊게 하는 것으로 엔딩크레딧을 꼽았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특히 같이 작업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엔딩크레딧을 볼 때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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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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