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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망 다 뚫릴 뻔"…영국발 변이, 입국제한 전날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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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에서도 영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첫 사례가 나왔다. 영국에서 입국한 일가족 3명으로, 이들은 공항 검역 과정 중 격리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사회 추가 전파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건 당국은 보고 있다. 당국은 그러나 이들이 타고 온 항공기의 기내 전파 가능성을 언급하며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할 경우 전파력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면서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해제 전에 추가 검사를 하는 등 차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입국자 검사, 가족 셋 감염 확인 #유럽선 20일부터 영국발 입국 중단 #정은경 “기내서 추가 전파 가능성” #74명 탑승, 승객·승무원 조사 중

2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2일 영국 런던에서 입국한 미성년 자녀 2명과 30·40대 부모 2명 등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들 가운데 자녀 2명과 부모 1명에게서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당국은 항공기 내 전파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국 당시 양성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기내에서 전염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접촉자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동승 승객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검역이 이뤄지고 방역 체계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승무원에 대해서는 추가 접촉자 조사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항공기에는 승무원 12명(전원 음성 판정), 승객 62명 등 모두 74명이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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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청장은 이외 추가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변이 바이러스 감염 가족이) 지난 22일 입국 당일 공항에서 확진됐고, 그 즉시 격리 시설로 이동됐기 때문에 지역사회 노출은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해당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에서 유행하는 것과 동일한 GR그룹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국내에 일단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됐지만, 아직 지역사회로 퍼져나간 것은 아닌 만큼 추가 확산을 최대한 막는 데 주력하겠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가 더 심한 병을 야기하는지, 백신 효능을 무력화하는지 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 추가 유입을 감시하기 위해 방역조치를 강화한다. 당초 23일부터 연말까지였던 영국발 항공편 운항 중단을 1월 7일까지 연장한다. 또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발 입국자(경유자 포함)에 대해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앞서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지난 20~21일부터 영국발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외교와 공무, 인도적 사유 이외의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영국과 남아공에서 오는 입국자는 격리면제서 발급 제한을 1월 17일까지 연장한다.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 3일 이내에 진단검사를 하게 했는데 격리 해제 직전에 한 번 더 하도록 강화했다. 영국과 남아공 입국자가 확진될 경우 유전체의 모든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WGS)으로 변이 여부를 확인키로 했다.

당국은 추가적인 항공편 운항 중단 요구와 관련해선 일본처럼 외국인 입국을 금지할 필요성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입국제한 전날 공항서 방역 강화…안 했으면 뚫릴 뻔

당국은 “우리나라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공항 단계에서 검역과 검사를 시행하고 14일간의 자가격리나 시설격리를 거친다”며 “입국 후 3일 이내에 이미 검사를 하고 있다. 지역사회로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의 선제적 조치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유입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가족 3명이 입국한 22일은 정부가 영국발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고 검역 조치를 강화하기 하루 전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2일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23일부터 영국발 모든 입국자의 발열 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강화하고, 여객기 승무원 전수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유증상자의 동반자도 공항에서 격리 검사했다.

인천공항 검역소와 질병관리청은 먼저 움직였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21일 저녁 중수본이 23일 발표한 조치를 앞당겨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22일 0시 시행에 들어갔다. 승무원 검사 의무화 조치에 반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질병청이 22일 ‘강화된 검역 지침(타깃 검역)’ 공문을 인천공항 검역소에 보냈다. 22일 오후 3시쯤 런던발 항공편이 들어왔다. 입국 발열 검사에서 한 사람이 열이 체크돼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나머지는 무증상이었다.

유증상자의 동반 입국자인 가족 3명은 무증상이었지만 타깃 검역 지침에 따라 유증상자와 같이 공항 내 별도 시설에 격리했다. 다음 날 가족 4명이 모두 양성으로 확인됐고 119 구급차로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다. 인천공항검역소는 23일 이들의 검체를 충북 오송 질병청으로 보냈다.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 28일 3명이 변이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만약 인천공항검역소가 하루 먼저 타깃 검역을 적용하지 않았더라면 일가족 중 무증상 3명은 집으로 가서 자가격리 조치됐을 것이다. 이동 과정이나 자가에서 추가 접촉하면서 변이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도 있다.

변이와 변종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서 아미노산 일부가 달라진 코로나19의 형제 바이러스다. 이와 달리 변종은 변이가 연속 발생하면서 치명률 등 바이러스 특성이 코로나19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황수연 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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