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표리부동한 기업문화, 인재를 '또라이'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7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88)

조직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극단적으로는 조직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인재는 채용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조직 문화에 적합하다는 의미는 임직원의 업무 신념과 행동이 회사의 핵심 가치와 일치한다는 말이다.

회장과 고위 임원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다른 부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알려고 하면 오히려 문책받으며, 임직원 모두 개방적이지 않다면 조직 문화는 그냥 선동용 문구에 불과하다. 협력을 장려하기 위해 오픈 스페이스를 운영한다고 하면서 아무도 오픈 스페이스를 활용하지 않고, 오픈 스페이스에 사람들이 있더라도 전혀 협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면 이 또한 조직 문화에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조직 문화는 광고나 회사 벽에 붙어 있는 구호와 각종 세미나를 통해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구호대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고, 임직원이 행동하며, 구호에 맞는 인재가 보상을 받고 승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다. 회계 부정을 저질러 순식간에 지구상에서 사라진 미국 초거대 기업 엔론이 기업 외 내부에 표방한 조직 문화와 가치는 ‘진실성(Integrity)’이었다는 것을 보면 이해가 훨씬 쉬울 것이다.

조직 문화와 일치하지 않는 임직원은 아무리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 능력을 발휘할 동기를 상실해 보유한 능력 이하의 업무 성과만 낼 가능성이 높다. [사진 pixabay]

조직 문화와 일치하지 않는 임직원은 아무리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 능력을 발휘할 동기를 상실해 보유한 능력 이하의 업무 성과만 낼 가능성이 높다. [사진 pixabay]

오랫동안 업력을 유지해온 기업의 경우 조직 문화가 표리부동하더라도 당분간 단기적으로 굴러가는 데 별 지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조직 문화가 외부에 공표한 것과 거리가 있거나 조직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게 되면 바로 존속 자체에 위기가 닥쳐온다. 팀원과의 부조화, 공동 목표에 대한 열정 부족 등으로 혼돈에 빠져들어 비효율에 따른 손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결과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면 임직원의 업무 만족도, 업무 성과도 상승한다고 한다. 업무 노하우를 가르칠 수 있어도, 자기 업무에 열정을 갖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가 매우 힘들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강해야 기업의 생산성, 위기 극복 능력, 창의성과 혁신성이 향상된다. 조직 문화와 일체감이 없는 임직원은 아무리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 능력을 발휘할 동기를 상실해 보유한 능력 이하의 업무 성과만 낼 가능성이 높다. 조직 혁신과 조직 행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써튼이 쓴 『또라이 제로 조직(The No Asshole Rule)』에서도 이를 살짝 언급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조직이 지향하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또라이’가 될 수 있다.

조직 문화에 걸맞은 인재를 채용하는 주도권은 회사 또는 창업가가 쥐고 있다.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규범, 행동 양식은 무언인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 인재 채용을 위한 첫 단계다. 회사의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수 태도와 행동을 최소 3가지 이상 선정해보자. 이렇게 선정된 필수 태도는 일상적인 기업 운영에 스며들어 뿌리 깊은 기반이 될 것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문화를 규정한 후에는 회사 홈페이지와 채용 공고 등에 이를 명확하게 표명해 구직자와 회사 사이에 이해가 엇갈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회사가 표명하는 조직 문화와 실제 문화가 차이가 나더라도 인재들은 “뭐 세상 다 그런 것 아닌가. 일단 월급 받는 데 지장이 없으니 참고 다니자”라며 일시적으로 이탈을 참아낼 수 있다. 사업 기반이 아직 많이 허약한 업력 10년 이하 스타트업의 경우 “언제 망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믿고 다니는데, 표리부동한 리더와 회사의 모습에 정떨어진다”며 당장 그만두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 문화와 맞는 인재를 구한다는 것은 창업가 등 스타트업 주요 인력들과 똑같은 성격의 인재를 구하는 것과 엄연히 다르다. [사진 pixabay]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 문화와 맞는 인재를 구한다는 것은 창업가 등 스타트업 주요 인력들과 똑같은 성격의 인재를 구하는 것과 엄연히 다르다. [사진 pixabay]

구직자를 면접하는 임직원의 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와 열정도 매우 중요하다. 면접관으로 나가는 임직원이 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조직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해 채용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구직자에게 회사의 조직 문화에 본인이 얼마나 적합한지 설명해보라는 식의 질문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여러 상황에 맞는 답변을 준비해온 영리한 구직자라면 형식적이지만 본인의 참모습을 잘 가릴 수 있는 답변을 골라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직자의 진면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을 하는 것보다는 직접 스타트업 구성원과 구직자가 대면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권한다. 그 자리에서 일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통해 여러 반응과 행동을 관찰한 후 “회사 사람들 만나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떤가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구직자와 조직 문화의 일치 여부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형식적이지 않고 구체적이고 상세할수록 조직 문화에 맞는 인재를 발견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유가 있다면 최종 선택의 단계에서 1주일간 적절한 대가를 구직자에게 지불하고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보통 1주일을 함께 근무해보면 상대방이 인재인지 아닌지 중요한 실마리가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회사가 저지르는 실수 중 조직에 맞는 사람을 쓰겠다며 성격 등을 근거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 문화와 맞는 인재를 구한다는 것은 창업가 등 스타트업 주요 인력과 똑같은 성격의 인재를 구하는 것과 엄연히 다르다. 성격과 성장 배경이 유사한 사람들로 조직을 꾸려나가면 다양성의 결여와 인재의 고갈로 회사의 성장이 가로막히게 될 것이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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