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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상대의 마음 여는 ‘엘리베이터 속 1분 대화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85)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자기소개를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면 대부분 ‘누가 물어봤냐고요’라는 표정으로 어떻게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반응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두 마디로 설명할 것을 세 마디로 설명하지 말아야 하고, 반대로 두 마디로 해야 할 내용을 너무 짧게 한 마디로 설명해도 상대방은 어이없어 할 것이다.

처음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잠재적 동업자를 설득할 때나, 처음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할 때나, 처음 투자자를 만나 사업계획을 설명할 때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내 사업과 제품에 대해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말하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바쁠 테니까 요점만 짧게 이야기할게”라고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준비가 필요하다.

창업가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열정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를 듣는 대부분의 투자자와 영입대상 인력 등은 정반대로 열정도 관심도 없다. 따라서 상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너무 장황하게 설명할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 갖는지에 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개략적 상황을 짧고 간략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내리기 전까지 1분 내 짧은 시간 동안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라고 불린다. 많은 사람이 엘리베이터 피치에 실패하는 이유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야기를 상대방도 전부 알아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말하려는 내용을 요약한다기보다는 30초짜리 광고를 제작하는 것에 더 가깝다. 상대방이 ‘광고 건너뛰기’를 클릭하지 않고 광고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사진 pixabay]

엘리베이터 피치는 말하려는 내용을 요약한다기보다는 30초짜리 광고를 제작하는 것에 더 가깝다. 상대방이 ‘광고 건너뛰기’를 클릭하지 않고 광고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사진 pixabay]

엘리베이터 피치는 짧은 시간에 자신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기에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말하려는 내용을 요약한다기보다는 30초짜리 광고를 제작하는 것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상대방이 ‘광고 건너뛰기’를 클릭하지 않고 광고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단순하게 관심을 끄는 것을 넘어 엘리베이터 피치는 상대방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직전에 ‘다음에 저 사람과 다시 한번 엘리베이터에서 오늘 이야기를 더 들어 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에서 준비 없이 상대방에게 저돌적으로 접근하면 상대방은 거부감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껴서 비상호출 버튼을 누르게 될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 피치의 첫 번째 목표는 상대방이 나를 친근하게 느끼며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지 말고, 사전에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미리 써보고 지속해 내용을 수정해가며 완성된 내용을 바탕으로 엘리베이터 피치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배우자, 가족, 친구 등과 상대적으로 편한 사람들 앞에서, 나중에는 피치 대상과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앞에서 준비한 내용을 실제 상황처럼 연습해 보고 얼마나 쉽고 설득력 있는 내용인지를 점검받기를 권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에게 어필할수록 좋은 엘리베이터 피치다.

엘리베이터 피치를 할 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주요 성과를 중심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저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시작한 창업가입니다. 학교 다닐 때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으며, 졸업 후 유명 기업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블록체인 협회에서 우수 활동 회원으로 추대되었고, 500억원에 피인수된 A기업에서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을 담당했으며, 제가 맡은 개발팀이 500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듣는 상대방은 아마도 ‘그런데요, 이런 자기 자랑 이야기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성취와 성과에 집중한 자기소개에 많은 사람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번에는 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엘리베이터 피치의 시작 포인트를 다음과 같이 만들어 보자. “저는 인간의 권리를 지나치게 중앙 권력이 통제하지 않고 개개인이 보호하고 주장할 수 있는 탈중앙화의 가치를 굳게 믿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이에 대한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블록체인 협회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제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탈중앙화하는 데서 더 큰 만족과 성취를 느끼고 싶어서 창업에 도전합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계속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앞선 예와 다른 것은 내가 하는 일을 왜, 그리고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취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동기 위주의 설명 시작이 더 상대가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드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 여겨진다.

동기와 목적이 확실한 사람이 해당 사업과 제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열정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은 당연하다. 가슴을 열고 소주 한잔하며 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자세를 충분히 보여 주지 못하면 엘리베이터 피치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어렵다. 대화한다고 느끼게 해야 더 다가가고 싶고, 신뢰하고 싶고, 호감을 갖게 하며, 그런 사람을 더 도와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투자·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보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더욱 일상적 대화를 하는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성취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동기 위주의 설명 시작이 더 상대가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사진 pxhere]

자신의 성취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동기 위주의 설명 시작이 더 상대가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사진 pxhere]

엘리베이터 피치의 시작 포인트를 완성한 후에는 조금 더 상세하게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한다. 고객과 투자자에게 엘리베이터 피치를 할 때는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소개한 후, 이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보유 역량과 개인적 자질을 알리도록 노력한다. 지나친 전문 용어는 사용하지 말고 30초, 15초 3분짜리 내용을 별도로 만들어서 상황에 맞게 연습한다.

초면인 상대방에 대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자. 상대가 우리 산업과 시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나와의 공통분모는 무엇인지, 상대가 현재 겪고 있는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알아본다. 첫인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의와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한번 잘못 남긴 첫인상을 만회하기가 어려우니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좋은 예의와 태도가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열심히 준비한 엘리베이터 피치를 상대에게 보여도 절대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도 없다. 엘리베이터 피치가 실패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엘리베이터 피치의 궁극적 목적은 상대방 앞에서 말할 기회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다. 몇 번의 피치 실패로 좌절하지 말고 지속해서 상대방과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준비해야 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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