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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게으름이 업무효율 높인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7호 21면

바쁨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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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쁨 중독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미정 옮김
한빛비즈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2030년이 되면 사람들은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측이 맞았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더 일에 압도당하고 있다. 산업혁명 때마다 사람들은 기술이 우리에게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케인스가 예측하지 못한 건 소비지상주의의 부상과 소득 불평등의 가파른 상승이었다. 노동자들은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물건을 사기 시작했고 정부와 기업은 이를 부추겼다. 기업은 노동 시간을 줄이지 않고 생산량을 더 늘리는 쪽을 택했다. 증가한 이득은 대부분 주주의 배당금이나 임원의 보너스로 지급됐다.

현대는 ‘능률 숭배’의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생산성과 효율성에 매달린다. ‘시간’은 ‘돈’이다. 시간이 경제적으로 수량화되는 순간 사람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지 더 걱정하게 됐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급여가 높을수록 더 오랜 시간 일한다. 일이 여가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우리가 추구하는 효율이 ‘정말 효율적인지’ 묻는다. ‘우리는 지금처럼 장시간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가?’ 책이 조목조목 짚어내는 과학적 근거는 노동자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고용주라면 귀를 막고 싶어질 얘기들이다. 한 회사가 주 4일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5일 치 급여를 주자 업무 집중도와 리더십 점수가 두 자릿수 상승했단다. 반면, 개방형 사무실 배치로 ‘진열당한’ 직원들은 경영진의 바람과는 반대로 자신의 활동을 감추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적당한 게으름은 건강에 이롭고, 행복을 위해서는 노동과 여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게으름 이론’의 요지다. “머릿속이 한가할 때 우리는 창의성을 되찾고 반성적 사고를 하게 된다. 이 두 가지는 진보에 필수적인 활동이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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