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조민 만난 기억없다” 진술이 서울대 허위인턴 증거

중앙일보

입력 2020.12.25 00:02

업데이트 2020.12.2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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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딸이 2009년 5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증거”라며 지난달 초 공개한 동영상. 붉은 원 안의 인물을 조민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증언을 종합한 결과 해당 인물은 조민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딸이 2009년 5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증거”라며 지난달 초 공개한 동영상. 붉은 원 안의 인물을 조민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증언을 종합한 결과 해당 인물은 조민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이브에 고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멋진 계획을 만들었다.”

정경심 1심 판결문 보니
법원 “조국 딸 세미나 안왔다” 판단
“한인섭, 불리한 진술 할 이유 없어”

호텔서 써줬다는 코넬대 추천서
조국 부부가 작성한 걸로 봐

PC 교체 뒤늦게 알게 된 변호인
정경심에게 “떳떳하면 왜 바꿨나”

PC서 본인 경력 위조파일 발견
표창장 위조로 판단한 근거 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이 딸 조민씨에 대해 부산의 한 호텔 시니어 매니저가 작성했다고 주장한 미국 코넬대 추천서 중 일부 문구다. 이 호텔은 조씨가 3년간 인턴으로 일했다고 조 전 장관 측에서 주장한 곳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이 추천서 작성자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였다고 판단했다.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정 교수에 대한 판결문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공개됐다.

“호텔서 인턴 실습한 고교생 없어”

판결문에 따르면 이 호텔 식음료팀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법정에서 “(조씨가 3년간 일했다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고등학생이 주말에 인턴 또는 실습을 한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호텔 관리실장으로 근무했던 B씨 역시 “조씨가 호텔에서 인턴을 한 적이 없다. 고등학생이 3년간 인턴을 했다면 눈에 띄었을 텐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 측은 “이 호텔과 업무 제휴를 맺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씨가 인턴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A씨 등은 “그 호텔과 업무 제휴를 맺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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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해당 호텔의 인턴십 확인서 및 실습수료증은 모두 조 전 장관이 그 내용을 임의로 작성한 후 해당 호텔의 법인 인감을 날인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호텔 직원들의 진술뿐 아니라 조 전 장관의 컴퓨터에서 해당 문서들이 발견됐고, 작성자 역시 조 전 장관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사실도 추가해 내린 판단이다.

“조씨가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재판부 판단에는 조 전 장관 은사이자 친분이 두터웠던 한인섭(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형사정책연구원장의 진술이 영향을 미쳤다. 한 원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세미나장 안에 있었던 고등학생들을 본 기억은 있지만 조씨를 만나거나 소개받은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한 원장과 조 전 장관의 친분으로 볼 때 한 원장이 조 전 장관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 원장은 재판에선 증언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판결문에는 증거 인멸 논란을 불렀던 정 교수의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 과정도 상세히 담겼다. 정 교수를 도와주다 증거 인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록 PB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당시 정 교수로부터 “검찰에 배신당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의 진술과 증언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집에 도착한 그에게 “집사람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악수한 뒤 침실로 들어갔고, 김씨가 집에서 나갈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사전에 정 교수로부터 김씨가 자택 PC의 저장매체를 반출하기 위해 온다는 말을 들었음을 뒷받침한다”고 해석했다.

정 교수는 이후 김씨와 함께 경북 영주로 가 동양대 PC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누가 나 보진 않았겠지?”라는 말도 한 것으로 판결문에 명시돼 있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정 교수 변호를 맡았던 이인걸(전 청와대 특감반장) 변호사도 정 교수 주장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뒤늦게 안 뒤 “그렇게 떳떳하다고 하시면서 왜 PC를 교체하시냐. 이거 괜한 오해를 사게 됐다”고 말했다.

동양대 PC에서는 정 교수가 과거 재직했던 회사의 경력을 실제보다 늘려 새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서류도 발견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동양대 PC에서는 ‘經歷證明書(경력증명서).docx’(이하 새 파일)란 이름의 파일이 발견됐는데 이는 함께 발견된 ‘경력증명서.pdf’(이하 원 파일) 파일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원 파일에는 정 교수가 1985년부터 3년5개월간 한 회사에 근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새 파일에는 이 회사 재직 기간이 총 8년2개월로 변경돼 있었다. 서류 하단에는 회사 고무인과 법인 인영이 있었는데 재판부는 원 파일 등에서 캡처하거나 잘라 붙여 넣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3년 8월 원 파일을 스캔한 뒤 재직기간을 변경하기 위해 (중략) 회사 고무인 등을 추출해 새 파일 하단에 삽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컴맹이라는 정경심 주장 배척돼

정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컴맹’이라 위조 작업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경력증명서 관련 내용은 재판부가 정 교수 측 주장을 배척하면서 ‘실제로는 관련 컴퓨터 작업을 정 교수가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 중요 계기가 됐다. 조민씨 입시 비리 의혹의 핵심이었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재판부가 위조라고 판단하게 된 정황 증거가 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해당 표창장 역시 총장 직인 등을 다른 서류에서 추출해 붙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 교수가 이렇게 경력을 실제와 다르게 변경해 만든 서류를 어디에 사용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도 앞서 재판 때 이 내용을 언급했지만 공소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류 사용처를 추궁하지는 않았다.

박태인·이수정·배재성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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