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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어떻게 쫓아냅니까?”…호텔들, 객실 50% 제한 골머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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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텔 홈페이지에 예약제한 안내문이 올라와있다.

한 호텔 홈페이지에 예약제한 안내문이 올라와있다.

“정당하게 예약한 고객을 저희가 어떻게 쫓아냅니까.”(A호텔 관계자)

24일부터 오는 1월 3일까지 전국의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시설 이용이 전체 객실의 50% 이내로 제한되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확정된 예약을 숙박시설이 나서서 취소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제주 등 인기호텔 문의전화 ‘폭주’ 

최근 제주도의 ‘핫 플레이스’로 명성을 얻은 A호텔은 이미 내년 2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 하지만 지난 22일 정부가 연말연시 코로나19 특별 방역대책을 발표하고 전국 숙박업소의 예약을 50% 이내로 제한하면서 당장 예약 절반을 취소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고객의 예약을 취소시킬지 기준도 절차도 모호해 정부 지침을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외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라며 “1월 3일 이후 예약자들까지 지금이라도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건지,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건지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한 대형 숙박시설이 예약 고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독자제공

한 대형 숙박시설이 예약 고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독자제공

“나중에 영업하려면 이미지 좋아야” 

다른 곳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3일 기준 예약률이 70%에 달하는 한 대형 숙박시설은 이날 “정부 지침에 의거 객실 이용이 4인 이하 및 전체 객실 수 기준 1/2 미만 제한이 적용된다. 예약 취소를 희망하실 경우 위약 규정 적용 없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예약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이 시설 관리자는 “올해만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오겠다는 고객을 오지 말라고 하면 나중에 그 고객들이 기분이 나빠서 이곳을 다시 찾겠나”라며 “고객들의 자발적인 예약 취소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행히 지난 8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자발적 취소가 늘어 대략 (50%로) 맞춰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정부의 방역지침이 나온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성인남녀 3349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해 보니 모임이 있었던 응답자의 85.5%가 ‘모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연말모임을 강행(?)하겠다는 답은 6.6%에 불과했다.

주요 호텔 선착순대로 예약유지 

고객들의 취소에만 기댈 수 없는 곳들은 고육지책으로 ‘선착순’ 기준을 적용했다. 시그니엘 서울 등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은 “가장 나중에 예약한 고객 순서대로 취소하도록 양해드리고 날짜를 연기하거나 환불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얀트리 역시 “지난 23일 오전에 일정 변경 및 취소를 도와드릴 수 있다는 안내 문자를 드렸다”며 “현재 예약 신청을 가장 나중에 하신 고객들부터 예약을 취소하거나 날짜를 연기해드리는 쪽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객실 이용이 제한되는 시기에 자발적인 취소가 꽤 있어서 지켜보는 중”이라며 “그래도 50%가 넘으면 일부는 예약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숙박시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제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준비할 시간 없이 시행된 데 대해선 당혹스럽단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이틀 뒤에 손님 절반을 내보내라니 막막하다”며 “호텔이나 리조트는 친절한 서비스가 생명인데 9년간 근무하면서 고객에게 ‘예약 취소하세요’라는 말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곤혹스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지침을 발표하기 전 업계와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국 숙박시설을 일일이 단속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예약률이 초과돼도) 어쩔 수 없이 손님을 받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배정원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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