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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1호'는 고양이 요리사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에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처음으로 퍼뜨린 사람의 얼굴과 구체적인 신원이 첫 공개됐다.

독일의 일간지 빌트는 3일 중국 남부 항구도시인 선전(深)의 식당 두 곳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황싱추(黃杏初.36.사진)가 그 장본인이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黃은 평소 용호봉황탕(龍虎鳳皇湯)이라는 매콤한 국을 특별 메뉴로 잘 만들었는데 그 주 재료로 국화꽃잎과 뱀, 사향고양이(얼굴 모습이 족제비를 닮았으며 길이 60㎝, 꼬리 30㎝ 정도)의 고기를 사용했다.

빌트는 그가 취급했던 사향고양이에 잠복해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黃에게 옮아가 사스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를 발병시키는 바이러스이고 사향고양이는 그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黃은 지난해 11월 갑자기 기침과 폐렴증세로 군 병원에 입원한 후 증세가 호전돼 지난 1월 10일 퇴원했다. 문제는 그를 치료하던 8명의 의사와 간호사, 앰뷸런스 운전기사가 나중에 집단으로 사스에 감염된 것.

특히 주치의였던 광둥(廣東)성의 폐전문의 리우지안룽(64)교수는 黃에게서 사스를 옮은 사실을 모른 채 동료 의료진 4명과 그 가족에게 병을 옮겼으며 이후 사스를 국제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리우교수는 지난 2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의학회의에 참석, 투숙했던 호텔(구룡 소재 메트로폴 호텔) 9층에 묵던 캐나다 등 여러 국적의 투숙객 대다수에게 사스를 감염시켰다.

결국 2월 22일 사스환자로 진단받은 리우교수는 지난 3월 4일 사망했고 투숙객 중 캐나다 토론토, 상하이(上海), 싱가포르, 베트남 등 본국으로 되돌아간 감염자들이 사스를 대거 전파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3일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스로 인한 사망자는 세계적으로 7백72명, 발병 건수는 8천3백98건, 회복자의 수는 5천4백74명이다.

현재 黃은 외출시 변장을 하고 다니며 쥐죽은 듯 숨어 지낸다고 빌트는 근황을 전했다. 신원이 밝혀질 경우 사스 피해자들에게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두려움 때문이다. 그는 본의아니게 사스로 세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 "매우 유감"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고 빌트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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