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와 태열은 같은 질환일까

중앙일보

입력

"우리 아이는 아토피가 태열부터 시작했어요."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부모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태열과 아토피는 같은 질환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토피와 태열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고, 태열이 아토피가 된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태열과 아토피를 혼동하는 것은 증상이 비슷한 데다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러나 태열은 아토피에 비하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질환이다. 우선 영.유아기의 피부 발적(붉어짐)과 발진 등 증상은 아토피와 비슷하다. 하지만 태열은 생후 2~3개월에 발생하고, 아토피에 비해 증상이 급격하게 발생한다.

반면 증상은 오래가지 않고 염증과 가려움도 심하지 않다. 또 일반 치료법만으로도 쉽게 호전되고 재발도 없다. 생후 1년 정도면 자연히 없어진다.

이에 반해 아토피는 인체의 이상 면역반응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태열에 비해 증상이 완만하게 시작되지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다. 유전성도 있다. 문제는 태열과 아토피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때 환자의 증상에 매달려 이런저런 치료를 받다보면 태열은 만성화되고,아토피는 더욱 악화되기 쉽다. 차라리 기다리는 것만 못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방의 치료 원칙은 급병선치(急病先治),즉 급한 불부터 먼저 끄고, 몸의 기능을 살려 다음 질병을 잡는 것이다. 피부의 열독을 풀어주고 생지황.목통.황연 등으로 자음강화(滋陰降火:음기를 보충하고 열을 내려주는)시켜주는 치료로 태열을 우선 가라앉힌다. 다음 순서로 아토피 치료에 들어간다. 태열의 경우 치료기간은 1~2개월이면 충분하다.

태열이 단기전이라면 아토피는 장기전이다. 또 치료전략도 체질에 따라 달라지고, 각종 음식과 주거환경, 생활전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쥐(태열)를 잡는다고 독(인체의 항상성)을 깨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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