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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단풍·억새의 협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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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빌딩 숲에 갇힌 사람들에게, 바쁜 일상에 쫓기는 이들에게 언제부턴가 가을은 남의 일이 돼버렸다. 오색 단풍으로 타들어가는 산, 빨간 연지처럼 곱게 물들은 감도 기껏 TV 화면 아니면 빛 바랜 앨범을 뒤적여야 만날 수 있게 됐다.

거리의 나무들이 이파리에 공급하는 수분과 영양분을 비밀리에 줄여가던 어느 날, 우리는 무심코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다 김영랑의 누이처럼 부르짖는다. "오매 단풍 들겄네."

어느 해부터 우리는 가을을 잃어버렸을까. 실제로 잃은 것은 마음의 여유 아닐까. 안그래도 겨울에 바짝 쫓기는, 스쳐가는 길손 같은 가을을 무심히 보내지 말자. 이번만큼은 직접 마중나가 보자. 태풍이다, 물난리다 해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단풍도 예년 못지않게 예쁘단다.

week&이 강원도에서 '가을 산상(山上)연주회'를 열었다. 이화여대 관현악과에 재학 중인 네명의 음대생을 억새밭이 끝없이 펼쳐진 정선군의 민둥산 정상(해발 1천1백19m)무대로 초청, 현악 사중주 콘서트를 펼쳤다. 관객은 수백만 억새들과 때마침 산 정상에 오른 안복 많은 등산객들. 다들 가을의 정취를 가슴 가득히 품었다.

정선=표재용 기자

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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