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편의점, 세탁 서비스, 자동차 정비 가맹점 문을 연 첫해 매출이 부진하면 점주는 위약금을 없이 본사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인테리어 등의 환경 개선(리뉴얼)을 점주에게 요구하려면 본사가 직접 시설이 실제로 낡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공정위, 표준가맹계약서 제·개정 #가맹점 리뉴얼 땐 본부가 필요성 입증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편의점·세탁·자동차정비 업종 표준가맹계약서를 새로 마련해 발표했다. 가맹점을 통해 사업을 하는 회사의 법 위반 부담을 덜기 위해 공정위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었고, 대부분의 가맹본부가 채택해 사용한다.
신규 표준가맹계약서에 따르면 편의점·세탁소·카센터 가맹점의 초기 1년 동안의 월평균 매출액이 본사가 제공한 예상 매출액 하한에 미치지 못할 때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 계약 초기에 매출 부진으로 적자가 쌓이는데도 위약금 부담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는 점주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맹본부가 점포 인테리어 등 리뉴얼을 점주에게 요구할 때 시설 노후화로 인한 리뉴얼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하게 했다. 또 가맹본부가 브랜드 이름 등을 바꿀 경우 점주가 계약 종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계약을 맺은 점주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에서다.
계약을 맺은 지 10년이 넘어가는 가맹점이라면 본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했다. 장기로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의 경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가맹점주가 점주 단체 활동에 참여하거나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한 보복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계약 사항에 명시했다.
특히 편의점과 세탁 업종은 계약에서 영업 구역을 설정할 때 아파트·비아파트 지역을 구분하고 도로·하천 등으로 인한 접근성 등의 기준을 만들어 분쟁 소지를 줄였다. 세탁소의 경우 가맹점 책임으로 세탁물을 손상·분실한 경우 가맹점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 책임 기준도 명시했다.
고객 안전이 중요한 정비소 업종에서는 본사가 가맹점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들었다. 다만 가맹점은 서비스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본사가 제시한 모델과 유사한 장비를 쓸 수 있게 했다.
전성복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새 표준가맹계약서를 통해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거래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에는 교육, 이·미용 분야 등 다른 업종에서도 표준가맹계약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