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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영(靈)택트 성탄절” 종교 지도자들 성탄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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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성탄절을 맞아 종교 지도자들이 2020년 성탄 메시지를 내놓았다. 유례없는 코로나 시국에 맞는 성탄이라 위로와 기도의 목소리는 더 절절하다.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며 근본적 위로를 전했고, 한국교회총연합 공동 대표회장단은 ‘한 줄기 빛으로 찾아오소서’라며 코로나 시국을 밝히는 희망을 빛을 전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성탄 축하 연등’을 점등하며 이웃종교의경절을 축하했다.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은 마태오복음 1장23절에 등장하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를 올해 성탄 메시지의 키워드로 꼽았다. 염 추기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 중에 신음하고 있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은총과 평화를 청하게 됩니다”라고 운을 뗀 뒤 “곤경 속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위로의 빛으로 다가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기도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성탄메시지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고 말했다. 뉴스1

염수정 추기경은 성탄메시지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고 말했다. 뉴스1

천주교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염 추기경은 또 “북녘 신자들도 신앙의 자유를 얻어 함께 주님을 찬양하게 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염 추기경은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들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많은 수고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서 염 추기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에 대해서도 짚었다. 염 추기경은 “자신의 자리에 머물고자 하면 그분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라며 “내 소유, 내 신념, 내 지식, 내 경험, 내 편을 고집하면 구세주를 만날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이웃과 하나님께로 향해 걸어가야만 참 빛이신 구세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에 빗대며 자신의 기준에 의해 선과 악을 판단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염 추기경은 “아담의 후손인 우리에게도 자신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자 하는 욕심, 세상의 중심인 절대자가 되어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조정하고 싶은 욕망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욕심과 욕망으로 인해서 세상은 점점 더 어지럽고 힘들어집니다”라고 지적한 뒤 “성경이 경고하듯이 그릇된 욕망의 종착점은 결국 죽음뿐입니다”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염 추기경은 “우리 모두 주님을 마음 안에 모시고, 이웃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랑의 손길을 내밀도록 합시다. 그러면 세상에 가득 찬 고통이 줄어들고, 그 자리에는 기쁨과 평화가 들어서기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소강석ㆍ이철ㆍ장종현 대표회장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겸 이사장 소강석 목사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겸 이사장 소강석 목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서 발표한 성탄 메시지의 주제는 ‘한 줄기 빛으로 찾아오소서’다. 한교총의 세 공동 대표회장은 “2020년 성탄절은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고, 사랑을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언택트 상황이지만,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 안에서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영(靈)택트 성탄절을 만들어 봅시다”라며 “분주함을 멈추고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를 주신 아기 예수를 만나는 고요하고 거룩한 성탄절 문화를 회복해 봅시다”라고 제안했다.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이철 감독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이철 감독

이어서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은 “우리 생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팬데믹을 이겨내듯,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랑을 나누는 성탄절이 되게 합시다”라며 “하나님께서는 코로나19팬데믹을 통하여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라’라는 사인을 주고 계십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겠지요. 한국 교회가 코로나19로 어두워진 이 시대의 밤하늘을 밝히는 희망의 별빛이 되고, 지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따스한 손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성탄 메시지를 통해 “오늘 인류공동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다중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사회는 끝나지 않은 전쟁이 가져오는 분단과 냉전의 위기로 항시적인 불안에 휩싸인 채 사회분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라며 “이같은 총체적 위기상황 속에서 세상을 향해 배타적 근본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다수의 한국교회로 인해 교회마저 존재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중앙포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중앙포토]

이어서 이 총무는 “코로나19 상황이 야기하는 비극적 전망 속에서 인류라는 가족을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우주적 존재들과 지닌 상호 의존적 관계를 새롭게 자각하고 있습니다”라며 “독점과 사유화를 위해 경쟁을 부추기는 각자도생의 길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허무한 길인가를 깨닫고 있습니다. 사랑만이 공동체적 협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요, 연대와 상생의 길만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총무는 “이웃을 타자화하고 세상을 대상화하는 배타적 가치관을 지닌 교회가 공동체 전체를 사랑으로 책임질 수 없습니다. 교회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자신의 배타적 욕망을 투사하는 제도로 고착되는 순간, 교회는 공동체 전체로부터 소외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교회는 사회 속에서 교회가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은 성찰과 회개로 임해야 합니다. 성탄의 기쁨이 비천함에 놓인 작은 자들과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원행 총무원장

대한불교 조계종은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간 서울 조계사 일주문에 성탄절 연등을 밝힌다. 원행 총무원장은 성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인류에게 사랑과 평화의 가르침을 주신 예수님의 탄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은 성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사랑과 평화의 가르침을 주신 예수님의 탄신을 축하한다"고 발표혰다. [중앙포토]

대한불교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은 성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사랑과 평화의 가르침을 주신 예수님의 탄신을 축하한다"고 발표혰다. [중앙포토]

이어서 원행 총무원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언제나 이어져 있을 것 같던 온정의 손길이 위태롭습니다. 종교와 성별, 계층을 떠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비록 사람들은 감염증 거리만큼 멀어져 있지만, 따뜻한 마음만은 멀어지지 않도록 주변을 살펴야 할 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원행 총무원장은 “짧은 편지나 전화 한 통화로 따뜻한 마음을 서로에게 전하고 나누는 행복한 성탄절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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