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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잘못된 논두렁·밭두렁 태우기 그만 … 미세먼지 없는 농촌 함께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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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기고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동심으로 가득 찼던,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불렀을 동요의 구절이다.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맑고 깨끗한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의 소박하고 서정적인 모습이 상상되는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특히 겨울철 함박눈이 오면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눈사람을 만들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던 일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세먼지 발생으로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기 어렵다. 함박눈이 내리면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은커녕 산성도(pH)가 높은 눈 때문에 우산을 쓰고 피하게 된다. 눈 내리는 낭만적인 겨울 풍경은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뿐, 현실에선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이 된 것이다.

미세먼지는 기상여건, 국내 배출, 국외 유입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다. 정부는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제2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시행한다. 최근 3년간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29㎍/㎥로, 연평균 농도 24㎍/㎥ 대비 약 20%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일상생활에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농촌에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농사철이 끝난 겨울철에 논두렁·밭두렁을 태우는 농업인이 간혹 있다. 농사에 해로운 벌레는 죽이고, 잡초 등을 제거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곳을 태우지만, 사실 잘못된 상식이다. 농촌진흥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논두렁·밭두렁에는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이로운 벌레(益蟲)가 나쁜 벌레(害蟲)보다 더 많이(약 75∼85%) 서식하고 있다. 논두렁·밭두렁을 태울 경우 나쁜 벌레는 약 11% 방제되는 반면, 농사에 도움을 주는 천적 곤충류 등 이로운 벌레가 약 89% 더 많이 감소하기 때문에 병해충 방제 효과가 없다.

과수원의 가지치기 작업 때 나오는 잔가지와 고춧대·깻단 등 수확이 끝난 후 발생하는 영농부산물 및 잔재물은 태우지 말고 파쇄기를 이용해서 잘게 만든 후 토양에 뿌리는 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논두렁·밭두렁이나 영농부산물·잔재물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는 농촌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미세먼지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농업인들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 농작업을 자제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건조한 농경지의 경운·정지 작업 등을 지양해야 한다. 피치 못할 농작업 시엔 작업 후에 얼굴·손 등 몸을 깨끗이 씻고 충분한 숙면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농업·농촌 분야의 미세먼지 발생 저감 외에도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 ▶노후 건설기계 사용 제한 ▶선박 저속운항 프로그램 도입 ▶석탄발전 가동 제한 등 교통·건설·해운·발전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겨울철에 더 심해지는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및 옥외 활동자에게 마스크를 보급하고, 전기·도시가스·연탄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회적 배려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지원한다.

미세먼지는 불가항력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국민이 미세먼지 발생 저감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겨울철 미세먼지 발생을 줄여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어릴 적 동심으로 불렀던 노랫말처럼 맑은 공기와 깨끗한 푸른 하늘을 사계절 내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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