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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앤트그룹 상장 무산 위기에…"뭐든 국유화해도 좋다"

중앙일보

입력

마윈, 고민 끝에 국유화까지 제안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윈, 고민 끝에 국유화까지 제안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중국 공산당에 백기를 들었다.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 상장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궁여지책으로 부분적 국유화까지 제안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마윈을 소환한 자리에서 “국가가 원한다면 앤트(그룹)가 보유한 (핀테크) 플랫폼 중 어떤 것이라도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마윈의 읍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장 중단을 결정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직접 지시에 따른 초강수였다는 게 WSJ의 보도다.

앤트그룹은 당초 지난달 5일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이틀 전인 지난달 3일 중국 당국이 이를 무기한 중단시켰다. 앤트그룹은 이 기업공개(IPO)로 약 345억 달러(약 39조원)을 끌어모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주식시장 역사에서 최대 IPO 규모였으나 당국이 제동을 건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윈의 IPO 꿈을 중단시키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WSJ은 전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윈의 IPO 꿈을 중단시키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WSJ은 전했다. A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의 시선에도 IPO 무산이란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은 마윈이 시 주석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기 때문이다. 마윈은 지난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 기조연설자로 나서 “(중국 금융당국이) 기차역을 관리하듯 공항을 관리하려 한다”며 후진적 금융 규제를 정면 비판했다.

당시 객석엔 중국 금융당국 관계자가 있었고, 관련 보고를 받은 시 주석이 격노해 직접 IPO 중단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해당 보도를 명시적으로 부인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앤트그룹의 상장 무산은 또 다른 차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을 국영 통화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금융당국의 우려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WSJ은 “앤트 IPO 제동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일명 ‘플랫폼 경제’ 즉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 대기업에 대해 중국 당국이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한 일주일 뒤인 지난달 10일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을 통해 22페이지짜리 ‘독점 거래 규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인터넷 플랫폼들의 독점적 거래 행위 규제가 요지다.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ㆍ메이투안 등 중국의 주요 온라인 플랫폼 기업 주가는 9~17%까지 떨어졌다.

앤트그룹의 상징. AP=연합뉴스

앤트그룹의 상징. AP=연합뉴스

중국이 마윈이 제안한 앤트 그룹 플랫폼 국유화 제안을 일축했지만 향후 전개 과정을 예단할 수는 없다. 국유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WSJ은 “규제 당국은 현재로선 앤트그룹이 독점적 지위를 가졌는지를 상세히 살피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모종의 액션이 취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선택지엔 국유화도 포함된다. WSJ은 중국 당국에 자문하는 인물의 발언을 인용해 “적어도 기업 일부를 국유화하는 방안의 경우에도 그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고 말했다.

2015년 마윈의 좋았던 한때. 그는 다시 이렇게 환호할 수 있을까. AFP=연합뉴스

2015년 마윈의 좋았던 한때. 그는 다시 이렇게 환호할 수 있을까. AFP=연합뉴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강공은 이어지고 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4일 텐센트에 50만위안(약 84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텐센트가 2018년 드라마ㆍ영화 제작사인 뉴클래식 미디어 인수 과정에서 반독점 조사를 위한 거래 신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다.

알리바바도 50만 위안의 벌금을 물게 됐다. 2017년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인타임 리테일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독점 조사를 위한 적절한 거래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기업뿐 아니라 기업인도 당국의 규제와 처벌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 보험업계의 큰손이었던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安邦)보험 회장이 지난 2018년 횡령 등 ‘경제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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