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싸움에 이산가족된 알리바바…자회사 앤트그룹 중국ㆍ홍콩 상장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20.07.21 11:50

업데이트 2020.07.21 11:54

앤트파이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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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생이별이다. 엄마는 미국에 있지만 자식은 중국에 머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홍콩에서 만날 수 있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공개(IPO) 시기와 조달 금액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앤트그룹은 9억명이 사용하는 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결제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와 사용자를 바탕으로 소액 예금 펀드 운용과 소액 대출, 보험 및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운영하며 중국의 핀테크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앤트그룹은 IPO 무대로 뉴욕과 런던 등 해외 증시를 염두에 두고 상장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홍콩안전법 통과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 의회가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증시 상장 규제안을 통과시키고,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 강화에 나서며 본국 잔류로 방향을 튼 것이다.

앤트그룹이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머물기로 하면서 모기업인 알리바바와는 뜻하지 않게 이산가족 신세가 될 판이다.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하며 250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256억 달러) 전까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IPO였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홍콩증시에 2차 상장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

알리바바 마윈 회장

앤트그룹은 모기업이 이름을 올린 홍콩 증시와 함께 중국 상하이 증시의 커촹판(科創板ㆍ스타 마켓)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커촹판은 기술창업주 전문 시장으로 중국 정부가 미국 나스닥의 라이벌로 키우고 싶어하는 곳이다. 앤트그룹이라는 강력한 ‘뉴페이스’의 가세로 시장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괜한 기대가 아니다.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현재 1500억 달러로 추정된다. 2018년 중반 자금모집 당시 추산한 수치다. 당시 앤트그룹은 국내외 투자자에게서 140억 달러가량의 자금을 모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컨더리 마켓 거래에서 이뤄진 소규모 블록 지분 거래에서 추정되는 기업가치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핀테크 업체 페이팔(2040억 달러)에 맞먹는다. 이럴 경우 10~20%의 지분만 상장해도 사상 최대 규모의 IPO에 버금가는 빅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다.

뉴욕 시장에 둥지를 튼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이 상하이와 홍콩을 낙점한 데는 현실적이며 정치적인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이먼제도 등 해외에 지주회사를 둔 중국 IT업체와 달리 앤트그룹은 중국 본토에 주소를 두고 있어 중국 당국에 IPO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공산당원인 사실도 앤트그룹의 미국 증시 상장에 제동을 건 요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 공산당원의 입국금지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국 내 대 중국 기류가 강경해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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