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섭게 큰 마윈의 핀테크 묶어두기, 중국 규제 칼 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마윈

마윈

“마윈의 금융제국 건설에 차질이 생겼다.”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 3일 앤트그룹의 증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킨 데 대한 블룸버그통신의 평가다. 앤트그룹은 당초 5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서 동시 상장할 예정이었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앤트그룹은 글로벌 증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4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앤트그룹은 중국 온라인 쇼핑 1위 업체인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제공하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고 마윈은 알리바바의 창업자다.

앤트그룹 상장 전격 중단 왜 #마윈, 알리페이로 결제방식 혁신 #카드·소액대출 등 사업 영역 확대 #금융당국, 통제권 벗어날까 우려 #핀테크 상징 기업 손보기 나선 듯

대형 기업의 증시 상장을 불과 이틀 앞두고 금융당국이 전격 중단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체제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지난 2일 마윈을 포함한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할 때부터 이상한 조짐이 엿보였다.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의 주력 사업인 소액대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입법예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일 “정치와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중국 금융계에서 앤트그룹은 위협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마윈에게 누가 더 높은지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앤트그룹의 모회사인 알리바바의 주가는 8% 넘게 급락했다.

‘앤트그룹 상장 무기한 연기’ 외신 반응

“마윈의 금융제국 건설에 차질이 생겼다” (블룸버그통신)
“중국 당국이 마윈에게 누가 더 높은지 보여줬다” (WSJ)

마윈이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말도 금융계에서 나온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는 “(중국 금융당국이)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의 구시대적인 규제가 관련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자존심이 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금융당국 엘리트의 면전에서 마윈이 ‘폭탄’을 터뜨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당국이 핀테크 기업 규제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NYT는 “앤트그룹은 알리페이를 통해 중국인의 지급결제 방식을 바꿨고 중국 금융당국은 유심히 지켜봐 왔다”며 “앤트그룹은 (금융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날 수 있기에 오랜 기간 우려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앤트그룹이 신용카드·소액대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금융당국의 경계심을 자극했다는 관측도 금융계에서 나온다. 중국 관영 경제신문은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에 대해 “모든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당국의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앤트그룹은 일단 금융당국의 규제에 바짝 엎드린 상태다. 이 회사는 보도자료에서 “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윈은 2018년 10월 돌연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고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에도 마윈과 중국 당국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중국 안에선 장쩌민 전 국가주석 계파와 시진핑 주석 계파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마윈은 상하이와 가까운 저장성 항저우 출신이다.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권력그룹)과 마윈은 친밀한 관계라는 말도 나온다. 알리바바가 2014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공개한 주주명단에는 장쩌민 측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