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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코로나19 K방역 보완 지름길은 의료계 민관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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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일부에서 ‘공공의료기관은 잘하지만 민간의료기관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편 가르기가 있다. 국가가 나서서 민간기관이 병상을 내놓게 강제하라고 하기도 한다. 또 비응급 환자의 10%만 줄여도 충분한 병상 확보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건 비현실적이다. 민간병원의 중환자 병동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공병원 전환이 훨씬 효율적이고 우선이다.

 상급종합병원은 환자 중 35% 이상이 중증 환자다. 세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보유해 일반 병·의원에서는 관리하기 어려운 환자도 20% 정도다. 암 환자는 약 40%다. 경증 환자는 이미 정부의 노력으로 10% 이하로 줄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중증 질환 발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제생활 위축으로 비감염성 중증 환자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암 환자와 심장병·뇌혈관 환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찾는다. 급하지 않은 수술과 진료는 당연히 미뤄야 하지만 코로나19 중증 환자로 인해 다른 중환자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민간병원 중환자실을 코로나19 환자에게 내놓으라는 주장은 얼핏 공정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수십 개의 의료기관에 분산된 중환자 병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중증도별로 환자를 배정·재배치하는 일련의 과정은 극도의 복잡성을 띤다. 당장 제한적인 자료를 근거로 중앙에서 결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의사나 병원 간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각 병원의 시스템과 가용 인력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즉 분산된 중환자 병상 간의 체계적인 코로나19 환자 배정 및 병상 운용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가는 병원의 적자 폭은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더 많은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고 더 많은 환자를 볼수록 가중되는 의료진의 노고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은 꼭 짚고 싶다. 코로나19 환자를 사전에 모르고 받았다가 양성으로 판명되면 병원에선 환자 밀접 접촉 의료진 수십 명이 응급 검사 후 한꺼번에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이들의 진료 공백을 떠안은 의료진들의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액션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양성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로 수용해 지역의사회에 관리 책임을 맡기자. 중증 환자는 공공병원과 코로나 전문병원으로 집중시키자. 이를 위해 공공병원에 입원한 일반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과 일반 병원으로 이송해 공공병원의 코로나 중증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 코호트 격리 개념의 거점전담병원을 운영하자는 말이다. 거점병원의 진료인력은 민간병원이 협력해 파견하자. 대구동산병원을 거점으로 코호트 격리한 경험이 성공 사례다. 이 같은 민관협력이 K방역의 성패를 가를 열쇠다.

기고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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