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서양에 ‘펭귄들의 낙원’으로 불리는 섬이 있습니다. 영국령인 사우스조지아섬입니다.
[애니띵]빙산 충돌이 펭귄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유
그런데 이 섬에 사는 동물들을 위협하는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로 남극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섬인데요. 두 섬이 충돌하면 펭귄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극서 떠내려온 초거대 빙산
최근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한 얼음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남대서양을 표류하고 있는 빙산 A68a인데요.
영국 공군이 최근 하늘에서 빙산의 모습을 촬영했는데, 한 화면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습니다.
이 빙산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남극의 라르센C 빙붕에서 떨어져 나왔는데요. 당시 크기가 유럽 국가인 룩셈부르크의 두 배나 됐는데 역사상 바다 위를 떠다니는 가장 큰 빙산으로 기록될 정도였죠.
섬 근처까지 접근…일부 떨어져 나가
이후 이 빙산은 3년 동안 바다를 떠다녔고, 무려 1500㎞ 이상 떨어진 사우스조지아섬 코앞까지 오게 됐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빙산은 이미 섬에서 100㎞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접근했는데요. 긴 여행 중에 빙산 일부가 떨어져 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제주도의 두 배나 될 정도로 크다고 하는데요.
유럽우주국(ESA)이 17일(현지시각)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빙산이 섬 인근의 수심 200m도 안 되는 곳까지 접근하면서 빙산의 북쪽 끝이 해저에 긁혀서 떨어져 나갔는데요. 이 새로운 얼음 덩어리만 해도 길이가 18㎞에 이를 정도로 크다고 합니다. 현재 빙산은 회전하면서 섬 주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펭귄 사냥 길목 막아…떼죽음 우려
문제는 이 빙산이 섬에 사는 많은 동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건데요. 이 섬은 갈라파고스섬에 비교될 정도로 지구에서 종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 중 하나로 꼽힙니다. 500만 마리의 바다표범과 30종, 6500만 마리 새가 섬에 살고 있고요. 섬 주변에 크릴새우가 풍부해 고래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서식지입니다.
특히 이 섬에는 황제펭귄을 포함한 200만 마리의 펭귄이 살고 있어서 펭귄섬으로도 불리는데요. 보통 펭귄들은 번식기에 바다로 나가서 새끼들에게 줄 먹이를 사냥해 옵니다. 그런데 빙산이 해안을 막아 버리면 펭귄이나 바다표범이 바다로 사냥을 나가서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실제로 2000년대 초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거대한 빙산이 남극에 있는 한 아델리펭귄의 서식지를 막아버리면서 펭귄들을 고립시켰고,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펭귄들이 번식에 실패하고 새끼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사우스조지아섬에도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차가운 빙산이 주변 바다 온도를 2도가량 떨어뜨리고, 엄청난 양의 물을 방출하면서 섬 주변의 바다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합니다. 과학자들은 드론 잠수정을 투입해 빙산이 섬의 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먹이 사슬을 가지고 있는 온대·열대 지방과 달리 사우스조지아섬은 플랑크톤이 크릴새우로, 크릴새우는 펭귄·바다표범·고래로 이어지는 짧은 먹이사슬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랑크톤에 변화가 생긴다면 필연적으로 상위로 이어지는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포블아브라함센, 영국 남극조사단 박사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는 펭귄과 바다표범들. 거대 빙산의 위협에서 이들을 지킬 방법은 없는 걸까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